March 22, 2021
#자연주의출산 #40주출산 #초산모 #연앤네이쳐 # 자연주의출산병원 #둘라 #김혜경둘라 #무통주사X #회음부절개X #관장X
자연주의 출산을 계획하며 리서치를 많이했고 성공을 위해 몸을 만들고 공부하며 내가 그리던 아름답고 평안한 출산이 나에게도 다가올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수식어구가 없는 ‘출산’이었다. 출산은 출산이고 힘들고 아픈건 매 한가지다. 덜아프거나 그런것도 없고 소리지르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아마도 내가 출산에 대한 이미지트레이닝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힘든 순간에도 좀 더 실전에서 차분하게 진통을 감래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튼 스스로 자연주의 출산을 해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무통주사도 없고 불필요할 수도 있는 의료조치나 회음부절개 없이 아기가 내려오길 온전하게 기다리며 진통을 견디어 낸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고 무엇보다 오랜 진통시간을 잘 견뎌준 아기, 그리고 내 생각을 지지해주고 계속 옆을 지켜준 남편에게도 고맙다.
1. 책읽기
우리 부부는 책으로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했다. 시중에 여러가지 책들이 많은데 그 중에 [자연주의 출산 동반자]를 읽었고 남편에게도 영어 원서를 읽도록 권유강요했다.
임신 중기부터 일찌감치 읽어보라고 해도 안읽었는데 임신 후반기로 갈 수록 스스로 책을 읽는 남편을 볼 수 있었다. 배가 나올수록 부성애도 강해지는 걸까? 남편이 책을 읽으면서 출산 및 육아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강해졌고 후반부에는 회음부마사지도 직접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출산할 때 자궁경부가 빨리 부드러워 진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자연주의 출산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히프노버딩]은 안읽었다, 너무 아카데믹한 내용이 많고 지루할 수도 있을것 같아서였다.
근데 지금 돌이켜 보면 읽을껄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다. 우리 부부가 읽었던 책과 다르게 더 산모입장에서 쓰여졌을테고, 아기를 낳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진통을 잘 겪어낼 수 있는 방법들이 서술되어 있다 들었기에 좀 더 책으로 도움을 받을수도 있었을 듯하다.
그래도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해도 그 책은 못&안읽었을 것 같다. 나름의 변명을 하자면 출산중에 회사를 다녔고 현 거주지의 전세금 문제때문에 집주인과 계속 실랑이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한권만 읽어도 우리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과 실전은 많은 차이가 있다. 내가 진통에 더 민감한 사람일 수도 있고 출산에 타고난 환상적인 골반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아마 책읽는 시간을 내느라 내가 해왔던 노력을 덜 했더라면 더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듯...
2. 몸 만들기
내가 자연주의 출산을 위해 했던 운동은 걷기, 필라테스, 요가 그리고 스피닝 시퀀스 동작들이다.
필라테스는 임신 37주차 까지 다녔고, 요가는 인터넷으로 [모나요가] 임산부 강의를 들었다. 두가지 다 복식호흡을 요구하는 운동들이라 자연주의 출산 책에서 나온 호흡법은 무난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둘라선생님이 알려준 스피닝 시퀸스 동작들로 골반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열어주는 동작을 했다.
그리고 30주차 대 중반까지 아기가 역아라 ‘반물구나무자세’를 정말 열심히 했는데 다행이 36주쯤에 아기가 출산에 좋은 자세로 돌아주었다. 안그랬다면 역아회전술까지 고민해야했을지도 모른다.
막상 하면 어렵지 않은 동작이지만 아주 쉽다고 할 수 없지만 역아 아기면 꼭 시도해보아야 할 중요한 자세다. 역아가 아니더라도 아기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더 마련해 주고 아기때문에 밀려나게 되는 엄마의 장기들의 자리를 잘 잡아주어 엄마 또한 편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3. 출산&육아 예습하기
[출산] 라이프테스 / 둘라로지아 / 마마티비
출산시 겪을 진통에 대비하기 위해 책 말고도 유투브를 정말 많이 봤던 것 같다.
호흡법은 라이프테스를 통해 처음 출산에 맞는 호흡법을 접하게 되었다. 영화에서 출산에 대해 희화 시키는 라마즈 호흡법? (히히히히 후후후후)이 아니라 호흡을 남편과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컨텐츠로 소개되서 좋았다. 특히 출산의 90%는 이완과 호흡에 달려있다고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주어 그 동안의 유투브에서 습득한 여러채널에서 학습했던 내용을 한방에 정리하는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둘라로지아는 워낙에 유명한 출산관련 유투버인데 방대한 컨텐츠로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이해와 공포심을 없앨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마티비는 자연주의 출산을 처음 준비하던 시기에 왜 유도분만이 제왕절개로 이어지기 쉬운지, 왜 무통주사가 아기에게 좋지 않은지, 어떻게 일반 출산병원 시스템이 산모와 아기가 아닌 병원 운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 되어있는지 설명해주어 자연주의 출산의 의지를 확고하게 만들어준 채널이었다.
[아기케어] 맘똑티비 / 하정훈의 삐뽀삐뽀 / 삐뽀삐보 정유미 TV
출산만큼이나 신생아 케어 육아가 정말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거다. 육아는 장기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인내와 노력 그리고 사랑이 필요로 하는데 이 과정을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미리미리 많은 정보들을 수집하려고 노력했다.
다양한 인터넷 채널을 통해 아기 언어이해하기, 수유하기, 목욕하기, 수면교육 등 다양한 육아관련 내용을 찾아봤는데 그중에 맘똑티비는 실제 사용하는 육아템이나 정부지원 자금 등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고 하정훈의 삐뽀삐뽀는 아기를 존중하면서도 부모의 위엄을 강조하는 아기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육아의 개념을 잡아주는 부분이 많았으며, 삐뽀삐뽀 정유미 TV는 아기를 케어할 때 필요한 스킬,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려주는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4. 둘라선생님 섭외
내가 선택했던 자연주의 출산 병원에서 김혜경 선생님을 가장 먼저 추천하였다. 자연주의 출산을 잘 모를때는 ‘둘라가 꼭 필요할까?’ 싶었고 우선은 몇분을 후보에 두고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근데 출산을 겪고나니 둘라 없이는 출산을 잘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둘라 역할의 중요점은 밑에서 더 설명하려고 한다.
김혜경 선생님이 더 좋았던건 병원장님 마저도 김혜경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시기 때문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둘라를 고용한다고 무조건 자연주의 출산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산에서 가장 중요한건 엄마의 의지인데 둘라는 출산에 대한 지식 이외에도 산모가 감정적으로 의지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 탄생의 여정에서 김혜경 둘라선생님이 그런역할을 해주셨고 그래서인지 병원 통계상 김혜경 선생님이 맡는 출산의 경우에 제왕절개율이 가장 낮다고 했다.
출산전 둘라샘과의 미팅에서도 선생님이 나에게 “포기하지만 않으면 자연주의 출산 다 할 수 있어요.”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이 출산을 겪어내는 와중에도 많이 도움이 되었다. 큰 건강상 이슈만 없다면 나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걸 몸소 체험할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하다.
아기를 만나는 첫 과정인 가진통.
둘라선생님께 이슬비슷한게 보이기도 하고 가진통이 있다고 아이를 만나기 4일정도 전에 말씀을 드렸는데 사실 10일~일주일? 그 전부터 느낌이 생리통같이 싸해서 본능적으로 아기만날 준비를 슬슬했다.
집 청소도 매일하고, 치과에 스케일링하러 다녀오고, 병원 갈 짐을 한번 더 챙기는 등등... 다 해놨다고 생각했는데 할일이 조금씩 계속 있었다.
그와 동시에 예정일을 넘길까 노심초사했는데 어짜피 할 수 있는게 많이 없어서 아기를 잘 낳을 수 있는 스피닝 시퀀스 동작들과 요가를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
저녁~새벽사이에 신경쓰이게 아프다가도 낮엔 아무렇지 않았고 이런 증상이 일주일가량 지속되니 ‘드디어 오늘인가?’ 싶었던 기대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아기가 늦게나오면 생길 일들(유도분만, 제왕절개, 아기가 커지며 생길 수 있는 난산 등...)에 대해서 의연하게 생각하기가 어려웠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예정일을 넘기게 되었다.
예전에는 42주까지는 산모와 아기의 상태를 보며 기다려주는 편이었지만 요새는 41주를 넘겨 출산하는 아이들의 예후가 좋지않다는 사례가 왕왕 보고되어 41주를 max로 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40주 +2일 일요일 저녁 9 시부터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진통어플을 켜고 시간을 재는데 점점 자주 세게 아파져서 계속 연습했던 호흡으로 진통을 잠재우려했고 어느정도 효과는 있었다.
그러나 새벽녘에 들어서는 4분, 2분 간격으로 불규칙적이게 아프기 시작하니 미칠것 같았고 급기야는 울렁거리는 느낌을 참지 못하고 구토까지 했다.
남편이 하겠다는 걸 만류하고 벌려놓은 것(?!)의 뒷처리를 해야하는데 진통이 계속 있어서 화장실에 나왔다 들어갔다 하기를 여러차례, 참다참다 더이상 견디기가 힘들어 진통 8시간만인 새벽 5시에 병원에 도착했다.
내진을 했더니 자궁경부가 4cm가 열려있어 입원을 하였다. 입원한지 몇 분 안되어 강하고 잦은 진통으로 또다시 구토감이 몰려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두번째 구토를 마지막으로 물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감통효과를 위해 욕조에 몸을 뉘인지 얼마되지 않아 곧이어 둘라선생님이 도착했다. 연습했던 복식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둘라선생님이 차근차근 호흡을 잡아주시니 한결 진통을 참기가 수월했다. 잠시나마 천국이었다.
욕조에 누우니 진통이 나아지긴 했지만 체력이 떨어지는것 같아 30분정도 있다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진행되는걸 보시더니 나는 수중분만은 어려운 케이스라고 해서 깔끔히 마음을 접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진통이 2분 간격으로 찾아왔다. 정말 쉴틈이 거의 없이 아프니 진짜 너무 힘들고 호흡과 이완이 쉽지 않았지만 둘라선생님이 “진통이 자주 온다는 건 진행이 빠르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라고 하시면서 안심과 위로를 건네주셔서 그나마 참아낼 수 있었다.
아마 둘라선생님이 안계셨으면 절대 자연주의 출산을 못했을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경산모들은 모르겠지만 정말 초산모들이 둘라없이 출산한다는건 칼을 안갈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많은 부분에서 내가 잘 안되는 부분을 잡아주고 출산을 수월하게 하는 동작을 안내해주시며 무엇보다도 ‘잘하고 있다.’라고 아이처럼 토닥여주시기 때문에 파도처럼 몰아치는 진통앞에서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다.
자궁경부가 10cm 완벽히 열리고 아기가 내려올 수 있도록 힘주기를 하는 과정인 밀어내기를 체감상 3시간 정도 했던것 같다.
중간과정까지는 진행이 잘 되었지만 내 겉골반이 너무 작아 막바지에 하는 밀어내기를 더뎌지게 만들었고 많은 병원 식구들이 힘을 모아 온갖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둘라샘이 나에게 시도했던 스피닝 자세는 둘라선생님을 거의 밀쳐낼 정도로 너무 아팠고, 출산의자에 앉아 밀어내기를 하면서 인간으로서의 굴욕감도 느꼈다. 정말 “선생님, 너무 아파요... 엉엉...(울음)”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밀어내기 중간에는 아기 심박수가 갑자기 떨어져서 난생 처음 산소마스크를 써보았고, 혈관에 잡아놓은 주사바늘을 간호사 샘이 빼놓으니 피가 줄줄 나서 피를 보기도 했다.
나는 진통외에 고통은 느껴지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지켜보는 남편 입장에서는 많이 놀라고 무서웠을 것 같다. 나중에 물어보니 남편이 정말 지켜보기 힘들어서 그냥 수술시켜달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참았다고 했다.
여튼 계속 짧은 진통이 있어서 그때마다 밀어내기를 시도했는데 응가할때처럼 배에만 힘주라는 말이 몸으로 훈련이 잘 안되서 자꾸 얼굴에 힘이들어갔고 제대로 밀어내기가 안되었다.
요령은 어쨌든 숨을 들이마시고 숨참고 X싸듯이 배에 힘을 주는 것이었는데, 그나마 출산 막바지가 되니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정말 그부분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니 드디어 아기 머리가 만져졌고 몇 십분이 지나지 않아 아기가 세상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내 가슴위에 얹어졌다.
‘드디어 끝이구나!’ 라는 안도감과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너무 벅차올라 눈물이 너무 많이 났다. 옆에서 남편도 감동했는지 눈물이 글썽글썽거렸다.
아기도 엄마의 좁은 겉골반을 통과하느라 콘헤드처럼 머리가 길어져서 얼마나 고생하면서 나왔을지 짐작이 된다.(고마워 아들!! ㅠㅠ) 그리고 목에 탯줄도 한번 감고 있었는데 질식 위험없이 무사히 세상으로 나와서 다행이었다.
회음부절개를 하지 않았는데 밀어내기를 그래도 잘 해냈는지 많이 손상되지 않았고, 출혈도 거의 없고 아기도 모든부분에 있어서 건강했다.
밑에서 태반배출 및 회음부 봉합 등 후처리 작업을 하는데 불편한 기분은 들었지만 진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괜찮았고, 아기를 안아보는 기쁨과 가족의 탄생을 실감하며 다시 활기를 찾아가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뀰이는 나오는 순간에도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었고 세상에 나와서도 무엇이 그렇게 궁금한지 똘망똘망한 눈을 요리조리 굴리며 엄마 아빠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뀰이에게 뱃속에 있을 때 매일 들려주던. ‘You’re my sun shine’을 함께 불러주었다. 그리고 나서 아빠도 웃통을 벗고 캥거루 케어를 했다. 왠지 나보다 더 잘하는거 같은 아빠. (부럽다.)
후처치를 다 끝내고 태맥이 완전히 멎을때 까지 가족만의 시간을 주셨다. 그렇게 아팠는데 출산하고나니 남편과 아기를 함께 바라보며 웃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시간에 참 감사하다. 일반 병원이었으면 이런 순간을 갖을 수 있었을까? 남편은 지금만큼 강한 부성애와 육아참여도를 보여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정말 자연주의 출산은 할만하다. 무통 없어도 진통은 견딜 수 있었고(정말정말 힘들어서 다시는 하고 싶지는 않지만...) 무엇보다도 아기가 준비를 하며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산모를 존중하는 출산으로 이끌어준다. 실질적인 비용이 일반 병원과 비교하면 3~4배나 비싸지만, 할만한 가치가 너무나도 충분하고 후회가 없다. 다시 돌아가도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할거고 가임기인 주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출산방법이다.
그리고 모자동실을 하는 점이 참 좋다. 우리 아기가 효자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도 젖병거부나 모유에 대한 거부가 전혀 없었고 주는대로 다 잘먹는다. 초반에 모유가 잘 안돌아 좀 고생한 며칠만 제외하고는 그 귀하다는 초유도 먹일 수 있었고, 중간에 가슴마사지를 받긴 했지만 젖 빠는 힘도 좋아서 금방 모유량도 늘어났다. 모자동실을 안했더라면 다른 결과가 펼쳐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론은...
자연주의출산은 할만하도 투자할만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 근데 두번은 못하겠다. 하하하..... 이젠 육아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