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을 종결할 수 있을까?
[맘 챗 그룹 대화 중]
나 : 몇몇 분들은 이해 안 되시겠지만 전 육아 체질은 아닌 거 같아요. 운 좋게도 아이와 애착형성도 잘 되어있는 것 같고 어린이집 적응도 무난하게 해서 저는 참 상황적으로 좋았네요.
어떤 엄마 : 제가 보기에 육아 체질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아이를 통해 스트레스가 얼마나 상쇄가 되느냐의 차이인데 마취약도 잘 듣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듯이 육아라는 건 진짜 진짜 진짜 힘든 거예요.
우선, 육아 체질이라는 단어에 동의 또는 공감이 되는지부터 물어봐야 할까?
나는 육아 체질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육아는 쉬운 게 아니고 아주 힘든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육아 체질이라는 게 그 힘듦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내 전제이다.
내가 생각하는 육아 체질의 사람의 자질? 은 이러하다.
1. 육아 스트레스 내성이 높은 사람 (아이에게 짜증을 잘 내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잘 견디는 사람)
2. 한 사람으로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기꺼이 포기하는 사람.
3. 아이에게 좋은 거라면 그에 수반되는 모든 비용과 시간, 체력을 모두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
4. 1~3을 수행함으로 인해 행복을 느끼는 사람.
나는 1~4까지 굳이 점수를 매겨본다면 낮은 편이다.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도 너무 즐겁고 소중하지만 그만큼 내 시간은 사라지고 육퇴를 해도 해야 할 것들은 너무 많다.
아이에게 잘해주려고 하지만 때때로 내 힘듬을 줄이기 위해 아이가 하고 싶은 행동들을 저지시키거나, 안 그러려고 노력은 하는데 종종 목소리에 짜증이 섞이는 경우가 당연히 있고.
헌신적인 맘들이 아이에게 하는 투자 (흔한 예 - 천기저귀 채우기, 직접 이유식이나 유아식 만들기, 자기 주도 이유식 시키고 뒤처리 하기, 프뢰벨 교육방식 도입 등...)를 과감하고 끈기 있게 할 열정이 부족하다.
맞벌이로 일을 하기에 고된 육아의 시간에서 도피를 하면서(어린이 집에 보내는 것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과 상호작용하고 전문가들이 케어해준다고 믿고 있음.)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인 힘을 기르고 있지만 나도 내 시간이 참 간절하고 아기를 재우면서 함께 잠들어버리는 내 체력이 너무 아쉽다.
궁극적으로 내가 완벽에 가깝게 위에서 나열한 것들을 해낸다고 하더라도 내가 행복할까?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답은 내가 너무 힘들고 버거워지는 일이 많다면 아닌 쪽에 훨씬 가깝다.
그래도 아이가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내 몸속 호르몬이 육아를 도와주고 있으며, 내 머릿속에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기에 육아는 엄청 힘들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할만하다. 다만, 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육아 체질은 아닌 것 같지만(난 이미 글렀...) 육아 체질의 사람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내는 엄마들도 심심치 않게 보기 때문이다. (유니콘이세요?)
그리고 내가 육아 체질이 아니라고 해서 애를 방관하거나 적당히만 사랑하거나 보살피는 엄마는 아니고, 앞으로도 아닌 사람이고 싶다. 육아 체질이 아닌 사람에게도 최선을 다하려는 의지와 아이에게 행복의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나름의 비전이 있다는 걸 육아 체질인 엄마 아빠들 그리고 육아 유/무경험자들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모든 육아하는 엄마 아빠들 오늘도 파이팅...!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의 아이와의 시간'을 즐겨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