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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철 Feb 27. 2023

코로나 이후 시대와 문화다양성

※ 본 글은 2022.11.11 문화다양성 이슈 청년단체 '아우름'의 '초록칼럼'을 통해 공개된 글입니다.




 지난 2022년 4월 18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됨에 따라, 코로나19가 사실상의 엔데믹 국면에 들어섰다. 그리고 연말에 이른 현재 우리에게 ‘코로나19’는 과거의 일처럼 취급되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는 ‘혐오의 시대’ 라고 지칭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사회적 분위기가 얼어붙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코로나 시대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 즉 다문화 수용성 또한 나빠졌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52.27점으로 지난 2015년(53.95점,) 2018년(52.81점) 조사보다 하락했다.


 많은 사례가 있지만, 그중 2021년에는 지나가는 이주민 자녀에게 ‘야, 코로나! 얘네 다 불법 체류자 아냐?’라는 폭언을 한 40대 주민이 벌금형을 받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통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코로나 이후 시대가 급격히 이주민에 대한 우호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2020년 기준 218만 명이던 이주민 인구는 2030년 264만 명, 2040년 324만 명으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이주민과 선주민 간의 공존과 포용이라는 ‘다문화 이슈’가 우리 사회의 중요 문제로 대두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말이다. 실질적 다문화 국가로의 전환이 예상되는 한국에서 시간이 지난 후, 미국과 유럽에서 보이는 선주민과 이주민 간의 갈등 상황이 재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5일 영국에서는 역사상 첫 비백인, 인도인 이민자 가정 출신의 리시 수낵 총리가 취임했다. 그에 대해 한국 언론에서는 비백인 출신 첫 총리라는 점에 주목하며 그의 취임에 대한 의미를 평가하였다. 정작 영국에서의 평가는 조금 달랐다. 그의 생각과 비전,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 강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시대의 영국은 이주민에 대해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이주민의 유입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노동력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동화주의적 입장으로 이주민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가 시작되었다. 이 태도는 1960년대를 거치며 변화했다.


  “다문화 영국과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진 ‘시민’들이 민주주의, 법치, 관용, 평등, 국가와 역사에 대한 존경 등을 포함한 영국의 가치들을 공유하는 것이 통합의 핵심”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의 말이다. 이는 영국이라는 사회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가치의 공유와 함께 다문화 사회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영국의 다문화 정책의 기본적인 틀을 대표하는 말이었다. 이러한 영국 정치권의 확고한 방향성과 철학은 시간이 지나며, 사회적인 모습으로 정착될 수 있었다.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는 ‘종교다문화비서관’ 신설과 ’이민청‘ 신설 등의 정책을 통해, 코로나 이후 시대와 이주민 유입이라는 현실 속에서의 ’다문화 이슈‘에 관심을 보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이후 반년이 지난 현재, ’종교다문화비서관‘은 사실상 폐지, ’이민청‘은 추진 연기, 주관부서인 ’여성가족부‘ 개편과정에서 ’다문화가정 업무‘에 대해 ’가족‘업무로 포괄화되고, 사실상 명시되지 않는 등 이른바 다문화 이슈에 대한 근본적 무관심이 드러나는 모습들이 보여 왔다.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 중앙과 지방을 비롯한 정치권이 사회적 현실에 대해 냉정하게 인식하고 충분한 철학을 가지며 정책을 집행해나가는 것은 필수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의지가 있어야 그 속에서 사회 구성원들 또한 방향성을 확고히 잡고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시대적 상황에 맞게 사회적 모습을 변화시켜나가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권의 의지만 존재하고, 그에 따른 시민들의 변화가 없었다면 영국의 사회적 모습 또한 수십 년 전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혐오’ ‘갈등’으로 평가되는 코로나 시대를 넘어 새로운 사회상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출신이나 겉모습에 상관없이 사회적 공감대를 공유하고, 그 속에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생각들이 마음껏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로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엔데믹(endemic)’과 새해를 맞는 지금, 정치권과 시민 모두 함께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코로나 이후 시대’에 대해 방향성을 잡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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