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 무대가 되는 순간
지중해 요트 여행에서
튀르키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박지를 꼽자면,
하맘 코유(Hamam Koyu)일 것이다.
이곳은 ‘클레오파트라의 목욕탕’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여기가 특별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요트로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만이라는 점.
열두 개의 섬이 둥글게 감싸 안은 이곳은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속도를 늦추게 만든다.
엔진 소리조차 낮아지고,
몸도 마음도 자연스럽게 힘을 푼다.
둘째, 에메랄드빛 바닷속에 잠긴 고대의 흔적이다.
고대 목욕 시설로 추정되는 유적이
얕고 투명한 물아래 그대로 남아 있다.
기단과 벽체의 일부가
마치 시간을 멈춘 채 바다에 누워 있는 풍경.
이곳의 가장 특별한 경험은 단순하다.
물속 유적 위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것.
전설에 따르면
로마 장군 마르쿠스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결혼 선물로 지어준
해상 목욕탕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파묵칼레의 온천을 사랑했던 여왕이
이 바다에서도 해수욕과 휴식을 즐겼다는 이야기.
사실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이 풍경을 보고 있으면
그 이야기가 충분히 사실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녀의 목욕탕으로, 우리도 그렇게 풍덩.
바다에 몸을 맡기는 순간,
나는 현재의 몸으로 과거의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물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체온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수영을 하고, 해안을 따라 숲길을 걸었다.
소나무와 이름 모를 나무가 이어진 능선 위에서 내려다본 하맘 코유는
한 폭의 그림처럼 고요했다.
11월 초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한 늦여름 날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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