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멈춤에서의 배움과 연결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마음

by The Color Curator

지식과 경험을 잇는 길


1년 반 전력질주 끝에 갑작스러운 급성각막염으로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응급실을 다녀오고, 회복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빛조차 보기 힘든 그 시기, 나는 비로소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할 수 있을까?”

그때 선택한 길이 교수였다.

박사 과정동안, 국민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디자인과 색채학을 가르치면서 나는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것을 넘어 현장의 경험을 새로운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배웠다. 기업에서 치열하게 다뤘던 기회과 전략은 강의실에서 하나의 프레임이 되었고, 학생들의 질문은 나를 다시 현실로 끌어와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에서 배웠던 접근 방법까지 더해졌다.

그 경험은 나에게 중요한 통찰을 남겼다.
현장에서의 경험은 혼자만의 것이 될 수 없고, 지식은 현실과 맞닿을 때 비로소 힘을 가진다.

그래서 나는 늘, 지식과 경험을 연결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길 위에 서고자 한다. 아직도 그 친구들에게 연락이 올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




함께 배우는 자리, 트레바리


그 흐름은 교실을 넘어 또 다른 장으로 이어졌다.

트레바리에서 내가 배운 3가지.

하나, 공감과 나눔을 함께 하는 것

둘, 다양한 관점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는 것

셋, 글쓰기에 대한 도전과 용기를 주는 것


트레바리에서는 누구도 평가하거나 지적하지 않았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나는 3시즌을 함께했고, 어느새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싶어졌다. 마침 눈이 서서히 회복되던 시기라 감사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이 바로 ‘Every Moment, Every Color’였다. 클럽장으로서 지식을 나누고, 멤버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우리는 든든한 친구보다 친한 사이가 되었다. 각자의 삶에서 발견한 색이 모여 예기치 못한 스펙트럼을 만들 때, 배움은 강의실을 넘어서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목적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글을 나누는 과정에서, 그것은 경험을 언어로 빚어내는 일이자 서로의 시선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다. 문장을 고치고 정리하는 동안, 나의 기억은 다른 이의 경험과 연결되었고, 언어는 하나의 실험장이자 성장의 무대가 되었다.

그렇게 브런치도 시작할 수 있었다.



미국 대학교에서의 교수 생활


미국 대학교의 교수 생활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매주 이어지는 강의 준비는 물론, 학생들을 위한 오피스 아워(자유 상담 시간), 그리고 학기마다 학생은 물론 학과장에게 제출해야 하는 강의평가까지. 커리큘럼은 본교와 동일하게 맞춰야 했기에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그 과정은 분명 녹록지 않았지만, 동시에 값진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수업에서는, 책 속 이론이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학생들의 눈빛과 질문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지식으로 변해갔다. 한 학생은 토론 끝에 창업의 아이디어를 발견했고, 또 다른 학생은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전공을 확신하기도 했다. 어떤 친구들은 한국대학교를 다니다 오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패션경영을 배우기 위해 오기도 했다.

강의실에서 느낀 가장 큰 보람은 지식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군가는 내가 던진 한 문장을 계기로 진로를 바꾸고, 또 누군가는 다른 학생들과의 토론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 내 역할은 정답을 주는 교수가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의 길을 발견하도록 돕는 커리어 기획자에 가까웠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친구들의 강점을 파악하고 적절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은,

그들에게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도 했고,

나에게는 세상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법이 되었다.




각자의 내가 만들어 내는 우리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버지가 종종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혼자서 속도를 낼 수는 있어도, 오래 그리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 뜻을 머리로만 이해했다. 이제야 그 진리를 마음으로 알 것 같다.

돌아보면, 나의 커리어 여정도 늘 그런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금융 현장에서의 숫자 분석도, 색과 문화를 탐구하는 연구도, 브랜드와 경험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결국 모든 일은 사람에게서 시작되어 사람으로 완성되었다.

혼자였다면 미처 떠올리지 못했을 아이디어가, 팀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서서히 형태를 갖추었다.

나의 언어가 그들의 언어와 만나, 어느새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서로의 길에서 힘을 얻는다. '나'라는 작은 점이 모여 '우리'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는 것처럼. 함께 가야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너와 내가 모여야 진짜 ‘우리’가 된다.

각자의 내가 모여 만드는 ‘우리’가, 다음 시대를 이어줄 또 다른 혁신의 형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