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날 Aug 31. 2022

내가 이 남자와 결혼을 한 이유

 재작년인가, '우리의 관계는 실패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한 편 썼었는데 어느새 나는 유부녀가 되었다. 재작년도에 썼던 글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과는 아니고 새로운 사람과 결혼했다. 오래 만난 연인과 헤어지고 짧게 만난 연인과 바로 결혼을 하는, 건너건너에 꼭 있다는 그런 케이스가 내가 될 줄이야. 사실 예전에 만났던 상대와는 결혼 때문에 헤어진 것도 아니었고, 이후 00살까지 꼭 결혼을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며 누군가를 만난 것도 아니었다. 사람이 괜찮고, 같이 있으면 재미있고, 함께하는 모습이 그려져서, 그리고 상황적으로도 크게 걸리는 것이 없어서 이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만난지 6개월만에 결혼을 하게 되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속도위반 아니냐는 의심도 많이 받았고, '왜 이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더랬다.


일단 내가 이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첫번째 이유는, '사람이 참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 구체적으로 어떤면이 괜찮았냐면, 귀찮아하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무언가 하려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사귀는 것을 포함하여), 내가 좀 더 찾아보려는 편이다. 빠르게 잘 찾는 편이기도 하고 결정을 잘 내리는 편이기도해서 일상적인 약속부터 여행까지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움직이는 편이다. 가끔 사람들은 내가 이런것을 하는걸 좋아하는줄 아는데, 뭐 적성에 안맞는건 아니지만 가끔은 나도 피곤하다. 나도 누군가가 정해주고 이끌어주는대로 가고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친구나 연인사이에서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찾아본다. 지금 남편은 이런 점에서 나와 비슷했다. 사소하게 뭘 먹을지 결정할 때도 그저 '너가 먹고싶은거 먹자'라며 나에게 모든 결정권을 넘기기보다, 'A와B와C의 옵션 사이에서 어떤게 좋아?'라고 물어봐주었다. 스무살때부터 연애를 해왔는데 이렇게 명쾌하게 나에게 옵션을 주고 결정을 하라고 하는 남자는 처음이었다(스무살이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나는 걸수도 있지만). 첫번째 이유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신의 귀찮음을 감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자신의 귀찮음을 감수하면서 이를 전혀 생색내지 않고 아까워하지 않는 모습이 참으로 괜찮아보였다.


두번째는 '단순함'과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나는 이별을 겪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 앞으로 만나고싶은 사람에 대한 기준을 정하였고 그 기준 중 하나가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나는 긍정적인 성격와 단순함은 서로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을 단순하게 바라볼 때 걱정의 잔가지를 쳐낼 수 있고 걱정을 하는데에 최소한의 에너지를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걱정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걱정은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다. 걱정을 하며 소비되는 에너지가 얼마나 많은지 나는 지난 연애를 통해 정말 충분히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하였다. 물론 사람의 성격에는 각각의 장단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단순하고 긍정적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택한 것이다. 이런 사람과 내가 더 잘맞는다고 생각을 했고, 함께하는 미래가 그려졌다. 그리고 이 사람과 함께할땐 내가 보는 것 이외의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나도 연락을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이 아니긴하지만, 연락을 하지 않을때 발생하는 괜한 불안함도, 혹시 뒤에서 다른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사라졌다. 함께 할땐 편안하고 즐겁고, 떨어져있을땐 쓸데없는 걱정이 없어 나도 내 삶에 좀 더 집중을 할 수가 있다.


물론 이 외에 외모, 직업 등의 다른 다양한 이유도 있지만, 위의 두가지 이유가 내가 지금 남편과 결혼한 가장 큰 이유이다. 물론 아직은 신혼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함께 생활하며 문득문득 이 사람을 만나게 되어 난 정말로 행운이다, 이 사람에게 참 감사하다와 같은 마음이 든다. 자신의 '귀찮음'을 감수해줘서 고맙고, 나의 '귀찮음'에 대해 고마워해줘서 고맙다. 물론 이 마음가짐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건 안다. 그렇기에 나도 이 마음가짐을 유지하고자 더욱더 노력하려고 한다. 10년뒤에도 이러한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래도 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이 세가지만 지켜도 직장에서 '좋은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