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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날 Oct 08. 2022

조용한 퇴사? 그냥 나잖아?

5년간 조용한 퇴사를 실천하며

나는 5년 차 직장인이다. 한 달 전쯤인가 미국인가 어디에서 젊은이들(소위 MZ세대) 사이에서 조용한 퇴사, quiet quitting이 유행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에서 설명한 조용한 퇴사의 의미를 이랬다.


Despite the name, it actually has nothing to do with quitting your job. 이름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퇴사는 실제 일을 관두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It means doing only what your job demands and nothing more. 그것은 오직 내가 해야 할 일만 하고 그 이상은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Quitting doing anything extra. 추가로 무언가를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
You still show up for work, but stay strictly within the boundaries of your job requirements. 너는 여전히 일은 나오지만, 회사가 요구하는 것 내에서만 머물러있는다.
So no more helping out with additional tasks or checking emails outside work hours. 업무 시간 외에 추가적인 일을 하거나 이메일 확인을 하지 않는다.  (출처: bbc)


기사를 읽어보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나 그 자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기사에 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젊은이들이 현타가 온 것 같다, 뭐 이런걸 이유로 말하는데 나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부터, 회사에 들어오는 첫날부터 저런 마음가짐이었다. 기사를 읽으며 속으로, '나는 나름 선구자였구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퇴사' 그 자체인 나의 추가적인 생각을 좀 더 말해보면 아래와 같다.


- ⭐️업무시간에 업무로 바쁜 것은 괜찮다. 하지만 칼퇴는 꼭 지켜져야 한다.

-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 당연히 승진에 대한 욕심도 없다

- 직장은 시드머니와 자기계발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한 곳일 뿐이다

- ⭐️직장에서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려고 한다. 일적으로든 인간관계로든 —> 그래야 집에서 내가 하고싶은 일에 좀 더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 하지만 나의 일은 제대로 해야한다. 업무 시간 내에 나의 일을 끝내고 칼퇴하는 것이다. —> 그래야 스스로 떳떳할 수 있다(스트레스 덜 받을 수 있다)

- 평소 하고싶은 것도 아이디어가 넘쳐도 이를 절대 회사에서 드러내진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곧 새로운 업무이고 책임이다.

- 나는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


위의 글만 보면 나는 굉장히 수동적이고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 같지만 사실 그 반대이다. 적극적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이를 업무 시간 외 취미로 실현하였다. 나는 요즘 젊은이들이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나를 비추어보면, 보상이다. 특히 나처럼 능동적이고 나의 행동에 대한 적절한 결과물이 필요한 사람은, 같은 월급을 받으며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을 손해라고 여긴다. 내가 공부를 좋아하고 나름 잘했던 것은 그것이 온전히 나의 능력이고 나의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그것은 명확한 점수로 나온다. 나도 안다. 나같은 사람은 사업이나 프리랜서를 해야한다는 것을.


당연하게도 20대때 나는 사업을 해보았고,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전문직도 준비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차선책으로 이 직장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사실 하고싶은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장인의 모습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주의 성향이 더해지다보니 직장과 나의 삶을 분리하는 경향이 강해져 조용한 퇴사와 같은 현상이 생겨난 것 같다. 이러한 삶의 방식에는 장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꽤 만족하면서 지냈던 적도 있었다. 운동도 배우고 미술도 배우고 목공도 해보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5년간 조용한 퇴직을 실천하며 지낸 나의 삶에 대한 평가는 어떠할까? 이러한 생활이 만족스럽고 행복한가? 5년 동안 이러한 삶에 적응하고자 부단히 애를 써보고 직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해본 결과, 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엄청나게 불행하고 못 참겠다 정도는 아니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직장생활에서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 것 같다. 스스로 가치 있다, 시간을 들일만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고 있지 않기에 해야돼서 하긴하지만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러한 생각에 미치자 새로운 취미활동을 찾는 것이 아닌 이직을 준비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순 없으므로 당장 직장을 관둘 수는 없으니 직장을 다니며 준비하기로 했다. 나의 5년간의 조용한 퇴직 준비의 결과는 진짜 퇴직 준비이다.


전세계에 수많은 조용한 퇴직을 실천하며 사는 다른 직장인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경험으로는 이런 유행이 조직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개인에게도 크게 긍정적이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워라밸을 실현하기 위해 칼퇴를 한다고 하지만 칼퇴를 하고 집에 와도 저녁7시이다. 평일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남짓이다. 진짜 워라밸이 실현되려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과 여가 시간이 비슷해야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시간이 불만족스러운데 어떻게 하루가 만족스러울 수 있겠는가. 어떻게 보면 주40시간 근무의 사회에서 워라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멘탈 관리가 제일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9시간의 직장생활과 3-4시간의 여가시간의 밸런스를 맞추려면. 이런 의미에서 조용한 퇴사는 전세계 직장인들의 일종의 ’ 정신적‘인 운동일수도.


세상이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도,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하루게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유입되는 수많은 정보들과 함께 불행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조용한 퇴직은 늘어나는 불행 속 직장인들의 살기 위한 발버둥인 것 같다. 적어도 지난 5년간 조용한 퇴직을 몸소 실천했던 나에겐 그랬다. 행복해지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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