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이점

by 김존재

삶은 찰나들이 모여 건축된 하나의 거대한 형상이다. 기둥 하나가 대지 위에 서기까지, 어떤 영향을 받고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지 인간은 알 수 없다. 안다고 믿더라도, 그들이 상상하는 정도론 턱없이 부족하다. 하나의 선택은 여러 가지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어떤 식으로든 내려져야만 하는 선택들 사이에서 인간들은 방황한다.

방황 중에 저지르는 것이 과오인지 필연인지 인간은 알 수 없다. 무언가를 막 하려는 중이라면 더욱 그렇다. 상황 안에 갇혀있는 인간은, 시간을 타고 그들로부터 멀리 벗어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다. 성급히 판단하더라도, 틀리기 마련이다.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렬히 느끼던 말이라도, 입술 밖으로 기어나가고 나면 저열한 것으로 변모하곤 한다. 망상 안에서 빛나던 언어는 사라지고, 현실 안에 녹아들고자 하던 의미들은 문드러진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지만, 삶은 법정이 아니다. 최종 판결이란 없다. 새로운 결정이 과거의 결정을 엎고 일어선다. 인간은 끝없이 고뇌한다.

이건 명백히 문제였다. 삶에 해답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해답이 없다고 주저앉아 버리는 것으론 살아갈 수 없었다. 운명이던 선택이던 주어진 상황 안에서 인간들은 선택을 내려야만 했고, 이를 위한 기준이 분명히 필요하다.

나는 정직을 선택했다. 물론 태어날 때 나는 진실한 인간이 될 거야 다짐하면서 엉덩이를 뒤집은 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자아가 자리 잡히고 나니 정직이 소중한 가치로서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진 모르지만, 나는 내가 느끼는 것을 뱉으려고 노력해왔다. 어차피 완전무결한 진실은 없다. 진리로서의 진실보다는, 내가 믿는 진실을 말한다. 마음을 다해서 믿고 타인에게 그것에 대하여 말하는데 부족할 것이 없기 위해 노력한다.

진실이 유용한 것은 삶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삶은 인간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과 판단을 뒤집는 일들은 분명히 일어난다. 그리고 이들에 대비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런 생의 한가운데에서 남이나 운명을 탓하거나 증오하게 되는 감정에 휩싸여 병들게 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말하고 행동하는 매사에 진실하려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런 방향으로 삶이 엇나가지 않는다. 진실은 필연적인 역경을 우회해가게 도와주진 않지만, 삶 자체가 역겨운 공간으로 변모하는 것을 철저하게 막아준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화려하진 않다. 진실은 무례하거나 침울하다. 진실이 아름답긴 어렵다. 찬란하고 숭고한 진실들은 존재하나, 대부분의 진실들은 무례하거나 회의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청아한 말들은 인간의 몽상 안에서나 그런 태를 지니는 것이지, 어렵사리 벌린 입을 통해 현실에 응집되기 시작한 말들은 예상보다 따뜻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몽상의 환영을 벗은 말은 차고 눅눅하다.

그러나 진실은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다.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진실은 암울한 상황이 닥칠수록 빛난다. 아직까지 진실된 대화나 관계보다 아름다운 것을 느끼진 못했다. 비록 그런 아름다움은 찰나로 끝나긴 하지만, 그들이 무엇보다 무구하고 올곧게 빛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진실만큼 훌륭한 도구도 없다. 침묵과 진실 사이를 오가며, 거짓에는 손조차 대지 않는 채로 살아간다면, 삶의 풍경들을 진심으로 즐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본인이 순간들을 진정으로 음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진실들로 생의 기반이 되는 선택들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겸허하고 당당히 서있는 삶의 단상을 바라보게 된다. 말과 행위 앞에서 숙고와 사유를 멈추지 않은 채로 정직을 위하여 살다 보면, 한두 문장으론 정의할 수 없는 삶의 형질이 흐트러지다가도 올곧게 형성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