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인의 마음을 말하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다. 마음대로 비밀을 발설해버리곤, 갑작스레 떠오른 충격을 상대가 알아서 직면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대비되지 않은 채로 들은 마음은 더욱 그렇다. 발설된 마음의 파괴력은 당시에 와닿는 정도를 훌쩍 뛰어넘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며 곱씹을수록 감정의 색이 어떤 방향으로 진해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이 인화되어 서서히 보이게 되듯 선명해지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진해지는 감정은 사실 피가 굳어가며 진홍색이 거뭇거뭇 해지듯 끈적하게 되어간다. 명료히 속을 여과해볼 수 없는 감정인데도, 그 자체가 뭉쳐서 자꾸만 진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발설한 사람은 이런 감정의 응축과 별로 관계가 없다. 말로서 그 무게가 마음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의 기분을 곱씹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후련히 흘러가도록 하는 데에 이 말이 쓰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멋대로, 무턱대고 말해버리고 도망가는 인간들 대개가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짓을 한 것이다.
자학하기 위해 쓰던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몇 번이고 고해자가 된다. 감정 앞에 취약한 인간일수록 스스로가 자아내는 감정 앞에서 가장 무력하다. 내부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한 입이 이 취약함을 뿌리부터 뽑아내어 앙상히 상대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이것 또한 용기라고 말할 순 있겠지만, 이기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