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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Oct 23. 2021

'웨스트윙' 미드 속 이성주의자

주어진 권한이 있는 자리에서 냉정한 이성주의자여야 할때

106번째 에피소드이다.


'정치드라마'에서 웨스트윙을 가장 최고로 꼽는다. '하우스오브카드'라는 비교적 최근 명작이 있지만 나는 낭만이 있는 웨스트윙을 더 좋아한다. 웨스트윙은 시즌7으로 구성되어있고 대통령 주변 참모진들의 이야기다. 여기서 나오는 '제드바틀렛'이란 대통령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 교수이자 선대가 미국 독립운동에서 하나 주를 세우다시피한 전통적 가문이다. 이로 인해 주지사를 역임했지만 당내에서 인기가 없을만큼 변방 세력이었다. 이를 '바틀렛을! 바틀렛답게!'라는 구호로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최고의 '킹메이커'이자 자신의 오랜 친구인 '리오 멕거리' 그리고 선거과정에서 마치..! 원피스 루피가 동료를 모으는 과정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연출되며 조쉬 라이언, 샘 시본, 토비 지글러, C.J 등의 원팀이 만들어진다. 가슴뛰고 '사람은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장면들이 여러 곳에서 연출되어 꼭 추천하는 미드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사형집행'이 곧 내려질 사형수가 언론에 의해 알려지고 사형집행을 중단해달라는 종교계의 요구, 그리고 원래대로 사형집행을 하라는 의견들이 대통령 귀에 흘러들어가고 주변 참모들에게 각 의견을 전달해달라는 수없는 요구들이 뒤섞이는 사건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대통령이 어린시절 다녔던 천주교 교단의 신부가 대통령 집무실로 방문을 한다. 신부는 제드 바틀렛 대통령에게 "제드라고 부를까요? 아니면 대통령님이라고 부를까요?"라고 묻자, 바틀렛은 "대통령님이라고 불러주십시오."라고 답한다. 뒤이어서 "권위의식으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이 대통령 집무실에서는 제드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지 못합니다. 제 말 한마디에 청년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전장에 투입되기도 하며, 제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기도 합니다. 온전히 제 이름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대통령님으로 불러주십시오."라고 추가로 답한다.


주어진 권한이 있는 자리에서 냉정한 이성주의자여야 할때가 있다.

나는 친구들과 창업을 했다. 창업하면 직책이 있어야 하는데 최초에는 그것이 허례허식이라고 치부했다. 그래서 모두가 평등하게 일하자고 정했다. 그 문제는 '공동창업자'인 우리들 이외에 고용된 직원분들께서 오셨을 때 발생했다. 그들에게 '개척자정신'을 요구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체계적 시스템과 매뉴얼이 더 중요했다. "야! 이것 좀 해줘~"라는 우리들 간의 대화는 직원분들에게는 이 회사가 체계가 없다는 것으로 비칠 뿐이었다. 일과 삶의 분리가 안되어있던 우리에겐 직원분들에게는 '그저 열정만 있는 학생동아리'로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직책을 나누고 사무실 내에서는 모두 직책, 그리고 존댓말. 그리고 고정회의시간을 통해 일하고 최대한 복장도 슬리퍼나, 너무 격식없는 차림은 지양하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창업자가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앞선 에피소드에서 말했던 것처럼 수없는 '고뇌'를 했다.

재무, 사업기획 등을 책임졌던 제 직책상으로 파트너와의 결별, 사업부문 정리 등을 지시하고 결단하고 또는 직접 나서서 해결하기도 했다. 그 속에서 온전히 그저 하루가 행복한 인간으로서는 판단하기가 어려운 일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오피스(Office)에서 직책과 권한으로 살고 그를 벗어나면 극도로 사람 만나기 싫어하며 혼자 책보고 영화보고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는 인간으로 살기로 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없다. 내가 주어진 권한과 자리에서 만큼은 냉정한 이성주의자가 되자는.! 나만의 신념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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