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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Oct 31. 2021

청년활동에 관하여

현재의 냉정한 진단,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 제시

111번째 에피소드이다.


어느새 20대보다는 30대가 더 익숙한 나이가 되었다. '만OO세'를 어거지로 붙이기 시작하면 이제 나이가 많아지는 것이 신경쓰이기 시작하는 증거다. 20대에는 주변에서 나를 '청년활동가'라고 불렀다. 그럴때마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는 한 '청년활동가' 말고 '사회적기업가'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그 이유는 실제로 내 스스로 청년활동가라고 생각지 않았고 사회적기업가로서 포괄적 범위의 영업을 하고 있다 믿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청년'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산업계, 정치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인재발굴에 힘쓰고 또는 그 반열에 들지 못한 청년들이 괴로워한다. 이전에는 없던 '청년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른지 꽤 되었다. 사회문제가 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 단체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전 YMCA라던지, 지역사회 JCI 등 있던 청년조직을 넘어 좀 더 세밀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청년단체, 조직들이 생기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이를 보통 '청년활동가'라고 부른다. 이전에 지자체 청년센터를 통해 청년단체의 정의, 현황과 분석에 관한 연구용역을 설계하고 주도한 적이 있다. 각 지자체별로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었고 면밀히 살펴본 결과 청년을 위한 지원근거는 마련해놓았지만 오히려 청년단체의 정의를 명확히 내리지 않았다는 한계를 발견하였다. 현실적인 정책집행을 위해 관에서 청년정책은 협력적 파트너관계로 '청년단체'를 반드시 삼아야 한다. 그들이 풀뿌리 조직으로서 청년사회에 녹아들어가있는 호흡체계를 인정하고 효과적인 투입과 산출을 위해 협력관계를 맺어야하는데 '청년단체'의 정의를 명확히 내리기가 쉽지 않다. 가령 아래와 같은 예를 들어보면 편하겠다.


20대 후반의 뛰어난 감각을 가진 청년활동가(1인)가 중심이 되어, "청년들의 취업난을 가슴 아파하는 40대 분"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과연 이것은 '청년단체'로 볼 수 있는가? 넌센스다. 20대 후반의 대표를 가졌다면 청년단체인가? 아니면 청년문제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면 청년단체인가? 또 하나로 법인격을 갖춰야 청년단체인가? 엄밀히 따지자면 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사회적경제조직이지 청년들을 위한 단체는 아니다. 그리고 필자가 지자체 청년단체 연구용역을 한 결과 대부분의 청년단체라고 불리는 단체, 조직들은 법인격을 갖추지 않고 있었으며 대부분 임의단체(세법상의 법인) 정도를 갖추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트너로서 '청년단체'를 어떻게 정의내리고 협력할 수 있겠는가?


올해 나와 함께 오래 알고 지낸 유능한 청년활동 연구자가 하나 제안을 해왔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가 그의 지자체 청년센터를 통해 '부울경 메가시티'의 시대에 발맞춰 청년활동을 진단해보자 했고 내게 공동연구자로 참여를 부탁해왔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이전에 내가 연구용역사업을 했던 아이디어를 착안해서 청년단체의 정의, 그리고 현황조사, 인터뷰를 진행하고 더 나아가 청년단체들을 위한 청년문제해결측정 지표를 개발해보자고 했다. 청년단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으나 냉정하게 그 목적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있는 곳들은 얼마나될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각 단체가 설립된 목적사업이 얼마나 잘 수행되고 있는지 청년문제해결측정 지표가 필요했다. 유능한 청년활동 연구자가 작성한 그 보고서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아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이며 나 역시 공동연구자로 참여 중이다. 좋은 연구가 되기를 바란다.


'청년활동가'라는 용어가 최근 '로컬크리에이터'라는 말로 치환되고 있는 듯하다. 뭐든 좋다.!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현상을 막으면서도, 개인 스스로는 지역에서 잘 먹고 잘 살고자 하는 용기있는 행동이다. 이것을 직업화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포용적 관점이 필요하다. 필자의 이전 에피소드에서 마을공동체 속 청년들이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마을공동체 활동이 기성세대에게는 본 직업이 있고 주말에 잠깐씩 시간내 마을을 위해 봉사활동하는 것이지만, 첫 사회진출을 마을공동체 속에서 하려는 청년들에게는 그것이 곧 직업이다. 즉, 돈벌이가 중요하고 생계수단 마련이 절실하다. "마을축제를 준비하는데 왜 이렇게 돈 이야기만 하니?"라고 그 청년에게 말한다면 그것은 "얘야. 이 지역을 빨리 떠나서 지금 이러지 말고 대기업에 취직준비나 해라"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보인다. 청년 그들에게는 여기는 직장이다. 기성세대 본인들도 직장에서 제대로 돈 안 주고 일 시킨다고 생각해봐라. 일명, '내로남불'에 빠지면 안된다. 그래서 '청년활동가' 또는 '로컬크리에이터'로 대변되는 그들이 직업화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전 경쟁시장에서의 자본논리 관점, 그리고 관 중심에서는 직업교육화, 인증제 등을 도입하여 자부심을 심어주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청년활동가들의 반성도 필요하다. 청년활동가들이 현장에 없고 관 주도 위원회에 매몰되어있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한다. 특히 어느샌가 현장보다는 단편적인 성공사례를 가지고 PT를 만들어 특강강사만 주구장창하고 있다면 부끄러운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외부 대외협력활동의 비율을 정하고 그 비율을 넘어선다면 과감히 잘라내야 '청년활동가'로서 진정성있고 진짜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청년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잠시 스펙을 쌓고 중간지원조직, 위원회, 강사, 예비정치인 등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주변의 시선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게 지속가능성을 만든다.


나 역시! 청년활동가들과 참 어울려 지냈고 지금도 그런다.

그들은 나같은 개인주의에 함몰된 사람보다 훨씬 더 훌륭하고 현장성을 가지고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땀흘리고 있다. 그들은 존경하며 볼때마다 "고맙다."고 말씀드린다. 나같은 이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시대를 향한 고민을 던지는 분들이다. 그들이 지금 흘리는 땀방울이 이 사회에 희망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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