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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Jan 09. 2022

좋은 '회의'를 하는 방법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신속히 결정하고 역할 정하기 

137번째 에피소드이다.


'회의'를 한다는 건 업무할 때 일상적인 과정이다. 어찌보면 가장 기초적인 요소일지 모른다. 하지만 생각보다 좋은 '회의'를 하는 경우는 잘 찾지 못한다. 개인마다 의견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게 가장 나쁜 '회의'는 오픈마인드를 빙자한 준비없는 회의 시스템이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회의 리더가 아젠다를 꺼낸다. 전개순서를 보았을 때 맥락이 없다. 리더가 한 마디를 덧붙인다. "자!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으니 함께 논의해봅시다."


정말 최악이다. 시간낭비다.

항상 이런 류의 분위기가 연출되면 머리속에는 한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가서 잠이나 자고 싶다.' '회의'를 오픈마인드의 힘을 너무 빌려 '소통하는 회의'로 완전히 가닥을 잡으면 아래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 우선 회의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진다. 그러면 회의참석자들은 '여긴 어디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하는 공상 속에서 계속 회의를 참여한다. 의미가 전혀 없으며 그 시간에 발닦고 잠이나 자는게 훨씬 업무효율을 높인다. 다음은 맥락이 없다. 엄청난 실력의 퍼실리테이터가 없다며 맥락을 잡고 귀결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어렵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논의되는 정보의 출처를 정확히 모두 알지 못해 그 회의에서 설령 도출된 결론이 있더라도 실무적용에서 완전히 미스매칭이 발생한다. 회의 정당성이 훼손되고 다시 모여 "아.. 뭔가 착오가 있어 다시 회의를 해야겠습니다."라는 겸연쩍은 말을 해야한다. 정말 최악이다.


나도 이런 류의 회의를 해본 적이 있다.

이십대 중반에 대구시에서 시민원탁회의 운영위원으로 위촉되어 전문위원으로 임기 2년을 수행했다. 청년의 뜻을 수렴하기 위해 정무적으로 선발된 것으로 보였고 나 역시 별 준비를 하고 가지 않았다. 아젠다가 분기별로 바뀌었는데 '청년수당'에 관한 주제가 되자 난 소위원회 위원이 되어 외부전문가들과 별도 회의가 마련되어 참석하였다. 소위원회 위원장이셨던 오랜 시민사회 원로께서 하필 그날 일이 생기셔서 갑작스레 불참을 하게 되었고 내가 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게 되었다. 그 날은 내 기억 속에 굴욕적인 순간으로 각인되었다. 우선 내가 가장 싫어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자!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으니 아무 의견이나 주세요." 외부전문가들은 나보다 훨씬 더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셨고 이십대 중반 새내기는 완전히 박살나고 항의, 반박으로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려 혼쭐이 났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고서야 회의는 종료되었다. 그때 다짐한 것이 있다면 다시는 이런 방식으로 '회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회의'는 철저한 사전준비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주재하는 자는 상당한 정보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플랜a,b 수준의 방안을 검토하고 회의참석자들과 의견을 조율해나가면서 의견을 보충하여 크게 결함이 없다면 내 의견을 관철시키는 행위이다. 여기서 상당한 실력을 가진 퍼실리테이터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다. '소통'을 너무나 폭넓은 범위에서 해석할 경우, 이건 '자유를 빙자한 방임, 그리고 무책임'이다. '회의'에서 '소통'은 회의참석자들에게서 나오는 의견을 묵살하지 않고 어느 정도 갖춰진 형체에 계속 살을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실현시켜나가는 과정이다. 그럴려면 앞서 언급했듯이 회의주재자가 확고한 틀을 갖추고 있어야 그런 작업이 가능하다. 그리고 '회의'는 이 과정에서 신속하고 컴팩트하게 끝나는 것이 가장 좋다. 긴 회의를 통해 창의적이고 창발적인 것이 나온다는 사례는 인류 역사상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린(lean)하게 진행하고 살을 덧붙여가는 '회의'를 자주 신속히하여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는 회의를 하는 편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낸다.


'회의'에 관한 나만의 개똥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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