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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Jan 12. 2022

2022 LCK의 서막과 나의 LoL 도전

뒤늦게, 그렇지만 누구보다 꾸준히! 즐기는 이스포츠 산업에 대한 이해

138번째 에피소드이다.


2022년 1월 12일은 '2022 LCK'의 서막이 올랐다. 그리고 나를 이스포츠라는 세계로 끌어들인 스타트업은 개막전에서 2대0으로 완전히 압도적 기세를 보여줬다. 이번 시즌은 한번 기대해볼만하다. 관계자들은 경기가 원활히 준비되고 훈련되도록 잘 챙길 것이고 또 나같은 사람들은 그 산업에 대한 신규기획을 하게 될 것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내가 애용하던 아파트 내 헬스장이 문을 닫았다. 그로 인해 매일 5km씩 달리던 러닝머신을 더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지, 하면서 타협했더니 슬슬 다시 숨어있던 살들이 솟아난다. 안되겠다싶어 밖을 뛰기 시작했다. 최적화 코스를 잡아나가고 달리기 어플을 깔고 핸드폰을 잡고 그냥 뛴다. 한 2주일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그렇게 하면 7.5km를 매일 뛴다. 여기서 느낀 것이 있다면 크게 두가지다. 최적화 코스를 2바퀴 뛰는데 1바퀴 뛰고 '오늘은 그냥 갈까?'를 매일 매일 생각한다는 것이다. 타협하려는 마음가짐이다. 다음은 코스 내에 3번의 오르막길이 있는데 마지막 오르막길은 정말 아무리 뛰어도 기어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경사다. 여기서 '이만하면 됐잖아. 걸어갈까?'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체념하려는 마음가짐이다. 매일 정말 이 감정과 싸운다. 타협하지 않고 체념하지 않고 끝내 해낸다. 매일 '탈무드' 한 권을 읽는 것이다.


프로게임단 선수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있다면, 아마 위와 같은 감정을 매일 느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마추어는 재밌어서 하고, 프로는 재미없지만 잘 해야하니깐 하는 것이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이미 재미영역을 넘어 자신의 성공, 그리고 팀을 이끌어가는 책임감, 팬들에 대한 보답 등이 그들이 포기하지 않고 가는 원동력일 것이다. 얼마 전 브런치에 '스타크래프트를 떠나보내주기로 했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내게 추억이자 한때는 내가 스스로 프로게이머라고 생각했던 이스포츠 종목이었다. 학교에서 항상 이기려고 노력했고 지고나면 누워서 잘때도 그 장면이 생각나 경기 전체를 '복기'해보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연습했던 것 같다. 웬만큼 잘하게 되었고 나는 그 이후 열정은 잃었다. '재밌어서'에서 '재미없지만 잘 해야하니깐 하는 것'의 영역까지 넘어가니 전혀 흥미를 잃었고 10년간 나의 라이벌이자 좋은 스파링 파트너였던 친구에게 "오늘부로 난 은퇴한다. 그 동안 고마웠다."라고 짧은 인사를 남겼다. 그 친구는 내게 "수고했다. 김프로"라고 답했다.


나를 이스포츠란 세계로 끌어들인 스타트업의 동료들은 참 특이했다. 근무시간이 끝나고 직급, 직무에 상관없이 LoL을 하기 위해 모였고 함께 즐겼다. 나는 일머리는 자타공인으로 뛰어난 편이어서 맡은 바 업무를 잘 처리했고 이스포츠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있었기에 사업기획을 하는데 솔직히 부족함은 없었다. 도서를 구입하고 논문, 언론스크랩 등을 모아 읽고 '아케인' 등 라이엇게임즈가 넷플릭스가 협업한 신규 컨텐츠를 보며 산업의 미래를 파악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다만, 마음 속의 갈증은 해소할 수 없었다. "즐기지 못하는 것?" 모두가 프로일 필요는 없고 아마추어로서 "즐기기"만 해도 산업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 마음 먹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내가 보인 열정을 다시 LoL에 끌어낼 수 있을까?' 또는 'LoL이란 게임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 동료들의 권유에도 슬슬 발을 빼기에 급급했다.


2022년 1월 12일, LCK 시즌이 시작하면서 나도 LoL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게 내가 여전히 느끼고 있는 원인 모를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뒤늦게, 그렇지만 누구보다 꾸준히! 즐기는 이스포츠산업에 대한 공감의 이해를 할 시간이다. 매일 '탈무드' 한 권을 읽는 시간이 내게 다시 한번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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