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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May 30. 2022

굿바이~ MSI

관객이 아닌 관계자로서 지켜본 e스포츠, 그리고 세계 속 e스포츠 경쟁력

158번째 에피소드이다.


MSI 결승전이 끝나고 시원섭섭한 마음을 뒤로 한 채 글을 남기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대표로 참가한 T1은 풀세트가는 접전 끝에 석패하여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하였다. 5월10일부터 시작된 MSI는 장장 20일 간 부산에서 진행되면서 세계 속 e스포츠의 주목을 집중시켰다. 좋은 기회로 관객이 아닌 관계자로서 참여하며 한달여간 있었던 소회를 간단히 남기고자 한다. MSI는 각 국가별 LoL리그 봄 시즌 우승자들의 우승자를 뽑는 대회로 롤챔스와 더불어 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운영방식도 상당히 까다로워서 그룹스테이지, 럼블스테이지, 토너먼트스테이지까지 살인적인 스케줄을 뚫고 올라온 최후의 승자가 우승의 맛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부산은 e스포츠의 성지로, 스타크래프트 전성기부터 광안리 10만 관중의 신화를 바탕으로 게임산업박람회인 지스타를 꾸준히 유치해 게임도시로서 터전을 마련해왔다. 코로나 이후 모처럼 대규모로 진행된 MSI를 부산이 유치해오면서 대한민국에서는 굴지의 게임도시 이미지를 확립했다. e스포츠는 사실상 이젠 MZ세대들에게 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부산이스포츠경기장, 벡스코를 가득히 메운 MZ세대들은 남성뿐일 것이란 잘못된? 예상과는 달리 여성들이 거의 동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 그리고 게임 속 캐릭터들의 의상과 복장을 코스프레하는 건 스포츠와 문화가 발전해나가는 일반적인 흐름임에는 틀림없다.


문화로 발전해나간다는 또 하나의 증거는 음악과의 결합이다.

게임 속 음악은 대중가요 못지 않게 완성도가 높으며 현악과 국악까지 결합한다면 한편의 오케스트라가 된다. 이를 활용하여 MSI 기간 중에는 오케스트라 공연이 진행되었으며 게임을 하면서 귀에 익은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듣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모여든다. 그 뿐만 아니라 공연과 음악을 좋아하는 일반 대중들이 듣기에도 적절해 자연스럽게 "게임은 단순히 게임만이 아니다."를 실현해나가고 있다. 이미 우리의 문화는 결합되어 있다.


게임은 '내러티브' 전쟁이다. 대서사가 없는 게임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게임 속 캐릭터들에게 모두 개성과 스토리를 부여한다. 시대적 상황, 개인적인 동기, 성격과 더불어 패션 스타일은 필수요소이다. 이를 좀 더 확장하면 바로 컨텐츠사업,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이어진다. 작년도에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아케인'은 그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다. 쉽게 말해 컨텐츠 사업이며 파생상품으로 수없이 많은 굿즈가 개발되고 여러 곳곳에 MD샵이 차려지면서 유행과 패션을 주도해나간다. 굿즈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인파, 심지어 쉬는 시간을 활용해 총알같이 달려와 한정판 굿즈를 먼저 짚는 광경을 본다면 그 파급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e스포츠는 국제화 스포츠이다.

누구보다 국제적이다. 부산에 와서 관객이 아닌 관계자로 참여를 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글로벌 시대에 발맞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협업 방식을 고민해본 것이다. '다양성'이란 가치는 상당히 존중되어야 할 중요 아젠다이다. 하지만 쉽사리 그럴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e스포츠는 전통보단 기호에 발맞춰 인종과 국가에 상관없이 모두의 언어로 접근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e스포츠란 코어(core)로 모인 스탭들은 비록 자신들이 살아온 문화, 환경이 다를지라도 다양성으로 공존하며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고 노력한다. 이 과정 속에서 언어의 장벽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e스포츠란 코어(core)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교감해 나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이 속에서 자연스레 우리는 '다양성'이란 가치를 체험하고 지켜나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대한민국 e스포츠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언이다.

사실 오늘 MSI 결승전을 보면서 마치 일본과 한국의 야구를 보는 것과 같았다. 한국 야구 팬으로 냉정히 현실을 짚어보자면 사회인 야구가 공고히 자리 잡은 일본에게 한국은 초엘리트 선수들끼리만 경기한다면 5대5로 막상막하 승부를 벌이겠지만 그 회차를 N..N+1, N+2.. 등 단판이 아닌 다전제 형태로 경기한다면 선수층이 얇기에 8대2 정도로 압도적인 패배를 기록할 것이라 전망한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일본을 야구에서 만나 초엘리트들이 정말 겨우겨우 이기는 정도의 장면 이외에는, 대부분은 정말 원사이드하게 밀리는 경기도 많다. 딱 그 느낌을 오늘 한국과 중국의 e스포츠 MSI 결승을 보며 솔직하게 느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거시적인 접근일 수 있으나 게임산업계의 규제 혁파가 가장 우선시된다. 게임개발사들이 양질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근로시간 및 환경조성, 해외진출과 R&D 자금조달 모색 등이 절실하다.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 자리를 잡고 있는 과정 속에서 그 프로게이머들의 연령 등을 고려할 때 교육계가 장벽처럼 쌓아놓은 규제를 완화하고 e스포츠 전문병 설립(이전 사례로 공군 e스포츠병이 존재)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 속에서 다양하고 특색과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발굴되고 국제대회에서 다시금 e스포츠 분야에서 부동의 1위 타이틀을 찾아올 것이다. 게임산업, 그리고 특히 e스포츠업계가 어느 순간부터 약간 중국에 밀리고 있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오늘 MSI 결승을 보면서 솔직히 엄청 분하고 짜증이 솟구쳐 올라와서 한숨만 쉬었다.


하지만, 현실인식부터 해야 좀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 무언가를 고민할 때마다 되뇌이는 말이다. 이번 5월 한달을 전부 MSI와 함께 하면서 e스포츠 관객이 아닌 관계자로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세계 속 대한민국 e스포츠의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무엇을 다시 해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20일 간 부산으로 세계 곳곳에서 MZ세대들이 모두 모여 언어,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고 게임과 e스포츠로서 하나가 되었다. 이 속에서 우린 분명 '재미'를 가장한 '다양성'을 경험하고 느꼈을 것이다. 이 가치를 지키며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 그게 필요하다. "굿바이~ MSI" 짧고 굵게 흠뻑 빠져서 e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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