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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May 31. 2022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 지방선거

우리 손으로 뽑는 습관,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근본적 성공 열쇠

159번째 에피소드이다.


이전 직장이 국회였고 그곳에서 근무를 하다가 그만두면서 가장 아쉬웠던 건 바로 '지방선거 때 기획자로서 기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신봉자이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대한민국 역사를 말미암아 볼 때 위로부터의 개혁은 대부분 실패하였다.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공민왕의 원나라 외교관계가 그러했고, 조선시대 후기에는 김옥균의 갑신정변이 그러하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크고 작은 개혁이 쏟아져나왔지만 근본적으로 개혁의 완성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개혁을 위한 작은 한 걸음이라고 애써 태연하게 치부하기엔 좌절과 고통, 실망과 아쉬움은 무엇과 비교불가할 정도로 컸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나름의 개똥철학을 가지고 결론에 도달한 건 대한민국에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없다는 것이다. 선거란 사실 인기투표와 유사한 것이다. 그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단순히 '친함' 그리고 '오래 알았던' 것만이 투표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바탕이 된 그 외의 부수적인 작고 큰 장,단점이 뭉쳐서 하나의 선출직 권력을 만들고 그들은 국민의 대표자이자, 국민의 대리인으로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지키면서 권한을 행사한다.


이 출발점은 바로 가장 아래에서부터이다. 흔히 알려진 구의원, 시의원 뿐만 아니라 아파트동대표자회의, 동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모두 선출 행위가 이루어지고 대표자이자 대리인들이 선출되고 있다. 이러한 내재적 답습의 기회는 지방자치제의 서막과 함께 이루어졌으며 구의원, 시의원의 경우 무보수 명예직에서 의정활동비란 명목으로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 기본적 급여가 책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오랫동안 무보수 명예직 당시 후보를 정하는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지역유지, 토박이가 강조되고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원칙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다소 배제되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강해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다. 윗물을 아무리 깨끗이 간다고 해도, 아랫물은 더러우면 금새 다시 더러워진다. 대통령, 국회의원 하나 바뀐다고 우리 삶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아래에서부터 바뀌어야만 한다.


지방선거는 지방권력이 바뀌는 순간이다.

4년 간의 시간이 주어졌고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는 시간이다. 각 당들은 공천기준을 정하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인 후보들을 정하고 대표선수로 내보냈다. 단순히 청년이라고 떡하나 더 주듯이, 기초의원 공천 기회를 주는 통로로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는 오히려 퇴보할 수 가능성이 있다. 긴 안목으로 기초의원, 광역의원, 국회의원 등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장기적 구조로서 기회를 주는 것이라면 넓게 잡아 올바른 방향이나 실상 말만 그렇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던 존 스튜어트 밀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선출직 권력을 표현했지만, 사회는 밀이 살았던 시대만큼 단순하지도, 소수가 지식을 독점하거나 습득할 수도 없다. 다변화 속에서 다양성이 중시되며 분야 전문가들이 선출직 권력보다 그 분야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지식과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입각한 의사결정 사고가 필요하다. 의외로 그러한 선출직 권력은 찾아보기 힘들며 독단적이고 그 집단지성의 힘을 무시하고 만다. 선출직 권력들은 국민의 대리인이란 표현을 '민원해결사'라는 피상적인 단어로만 규정하고 동네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계단 설치, 도보블럭 보수 등에만 국한시킨다. 그것은 기본값이고, 국민들이 각 분야에 가진 집단지성, 그리고 지식을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입각한 의사결정 사고를 한 다음에 선출직 권력을 활용하여 제도화를 시켜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근본적인 국민의 대리인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일명, '하이브리드형' 사고를 가진 풀뿌리 민주주의 선출직 권력이 필요하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그리고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그들은 만능 슈퍼맨이 되어야한다. 시대의 숙명이다. 그러지 못한 분들은 조용히 본연의 자리에서 은퇴를 하시고 후학 양성에 매진하시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전 선배 세대들이 쌓아온 공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저 시대가 바랄 뿐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만연할 향연의 시간이 열렸다.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에서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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