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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Oct 17. 2022

초연결사회가 무너진 하루

카카오톡 오류 대란으로 짚어 본 초연결사회의 지향점

188번째 에피소드이다.


이 에피소드는 카카오톡 대란이 지나고, 브런치 플랫폼 기능이 복구되고나서 쓴 첫 글이다. 지난 토요일 오후 갑자기 대한민국이 잠시 멈추었다. 누군가에게 카톡을 보내려고 전송을 눌렀는데 로딩이 걸려, '아놔.. 핸드폰 바꿀때가 되었구나.' 싶어서 핸드폰 재부팅을 여러번했고 심지어 PC카톡으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해서 노트북을 켰지만 동일한 현상에 마주하였다. 인터넷을 들어가보고 '데이터센터 화재'란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촉발된 데이터분실은 카카오톡의 접속오류로 이어졌고 그렇게 초연결사회가 무너진 하루가 시작되었다.


가끔 그러한 접속오류가 있었기에 잠시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몇시간이 지나도 모든게 멈춰버린 후 모두가 패닉에 빠졌다. 메세지전송, 은행이체, 택시예약 등 초연결사회에 걸맞게 일상의 대부분 서비스들이 연결되어있으며 하나의 고리가 끊어지니 힘없이 무너진 모습과 마주하였다. 사실 나에게 가장 큰 불편함은 택시예약 서비스였다. 개인주의자 성향이 극도로 강해 택시를 타면 자세한 목적지, 요금결제를 위한 체크카드 주고받기 등이 싫어 앞에 버젓이 '빈차'가 있더라도 무조건 택시예약 서비스를 활용하곤 했다. 뿐만 아니라 메세지전송은 전국민이 모두 불편함을 느꼈을 것인데 일부 복구된 이후에도 답장 메세지를 계속 주고 받는 부분이 부담스러워서 생긴 (쉽게 말해서 누가 메세지 대화를 언제 끊을지 몰라 고민인 카톡러들을 위한) 체크,웃음,하트 표시 기능이 일정기간 사용되지 않아 '이 대화를 언제 끝내야 하나. "네 알겠습니다."라 내가 남기면 상대편이 또 "네"할텐데 그러면 나는 또 "ㅇㅋ 감사"라고 남겨야 하나? 아.. 체크 표시 하나로 이 대화를 끝내고 싶다.'란 생각을 끊임없이 한 하루였다. 아무튼 메세지 기능의 저하는 익숙치 않아 무척 애 먹었다.


하지만, 좋은 점도 분명히 있었다. 문자를 사용하면서 '옛날 감성'에 잠시 빠져보기도 하였다. 문자 서비스가 무료로 된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률을 현저히 줄어든다. 선거철 끊임없이 날아오는 홍보문자나 대출금 연체, 스팸성 광고 문자만이 문자로 날아오며 우리에게 최소한의 생존신고를 하곤 했다. 그 하루동안 다시금 문자로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이것도 나름 괜찮네'란 생각을 하였다. 카톡은 쉽게, 빠르게를 지향하기에 쉽고 가벼운 텍스트, 난무하는 이모티콘으로 '카톡지옥'이란 말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에 비해서 문자는 할 말만 하게끔 만드는 구조로, 보다 진중하고 목적 지향적으로 설계되었기에 대화의 주고받음이 카톡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잠시 잠깐이지만 '카톡지옥'에서 벗어나 정신적 안정을 찾았다.


또 한가지는 초연결사회를 이끄는 기업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사실 이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잘 인지를 못할 수도 있던 영역이기도 하다. 카카오톡은 사실상 과점과도 같은 구조이다. 그건 초창기 시장의 선점 그리고 그 이후 카카오톡이 잘 관리했기에 수많은 경쟁자가 있었지만 지금의 지위를 지켜온 결과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나는 네이버 라인으로 수많이 이동하는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예전부터 네이버 라인 앱도 일부 써왔기에 주말 간 친구 추가가 수없이 이루어지며 그 기능을 대체하고 있었다. 초연결사회는 정치권과 행정부마저 움직이게 한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발생한 카카오톡 오류서비스로 인한 대혼란을 행정부는 재난이라고 보고 대책본부가 가동하였으며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모두가 언급하는 모습을 연출하였다.


초연결사회는 기술로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공유할 수 있고 접목할 수 있다는 세계를 가리킨다. 이번 사건을 통해 데이터센터가 공격당하거나 큰 손실이 날 경우 그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게 되었다. 해킹에 대한 위험, 폭우 및 화재 등으로 시설의 파괴 등은 모두 사실상의 생활 속 무정부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초연결사회란 편리성은 취하되 대응전략이 기업차원을 넘어 국가차원에서 신경써야 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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