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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Dec 23. 2022

모임에서 개인주의자가 살아남기

'인싸'가 아닌 없으면 약간 허전한 정도의 '네트워커'로서 생존

208번째 에피소드이다.


이제 연말이다. 곧 크리스마스니 거리는 온통 올 한해를 준비하는 이벤트들이 즐비한다. 서른 중반을 지나며 나 역시 모임의 송년회 또는 수료식 등이 겹겹히 내 캘린더를 채우고 있다. 에피소드를 쓰는 오늘도 4월부터 참가한 정책 관련 고위과정을 마치고 왔다. 얼떨결에 수강하게 되었지만 결국은 끝까지 다니는 내 성격상 또 하나의 모임에서 이탈하지 않고 겨우 살아남았다. 개인주의자 성향이 짙다 못해 '사회성결여'가 걱정될 정도인 내가 그간 이 고위과정 9개월 간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잠시 잠깐 기록해보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난 모임에서 '인싸'가 절대 아니다. 다만 없으면 약간 허전한 정도의 '네트워커'로서 생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모임은 2주마다 한번씩 열렸으며 먼저 저녁을 다 같이 먹는 네트워킹이 진행된 후, 다방면의 분야의 양질의 연사가 오셔서 수업을 듣고 Q&A가 이어지고 2차 술자리 등으로 이어지는 루틴을 가진다. 여기서 난 정말 그 모임 구성원들이 생각하기엔 징글징글할만큼 단 한번도 술자리를 가지 않았다. 내 개인시간이 더 중요해 모임이 끝나고 빨리 집으로 가서 5km를 뛰어야 하루가 마무리가 되었기에, 살갗게 친하지 않은 모임 구성원들과 술자리를 가지는 것과 맞바꾸기엔 내 논리가 허락하지 않았다. 다만 살갗게 친하게 만드는 것이 능력인 시대이지만 난 그걸 전혀 갖추지 못했다. '측근'이라고 불리는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요청하는 것이 아닌 술자리는 내키지도 않고 즐기는 편도 아니다. 내 스스로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수업을 다 듣고 기념촬영할 때, 그 어수선한 틈에 재빠르게 가방을 들쳐메고 집으로 가는 건 일상이었다. 가끔 눈치도 보여서 가방을 아예 수업을 듣기 전에 강의장 밖에 놔두고 강의가 끝나갈즈음 화장실 갔다오면서 밖에 둔 가방을 메고 그대로 집으로 가곤 했다. 잡혀서 2차 술자리 등으로 가는 내 모습이 상상이 되었고 속은 완전 개인주의자의 끝판왕이지만 겉은 또 거절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내 스스로의 성격자체를 알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사회성결여'는 이제는 숙명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먼저 저녁을 다 같이 먹는 네트워킹도 곧잘 빠졌다. 저녁도 먹어야하니 가서 밥 먹는 건 좋았으나 모임 구성원이 매번마다 섞여서 새로운 사람들과 명함교환하고 소개하고 대화를 나눠야했다. 밥먹을땐 항상 편안히 혼자 먹고 싶었고 캘린더에 보면 '혼자 점심'이란 일정이 가장 많은 나이기에.. 피곤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매번보단 가끔씩 참석하여 온힘을 다해 '나'란 사람을 소개하고 '일'을 소개했다. 모임 '인싸'는 전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없으면 간혹 허전할 수 있는 포지션을 수업과 Q&A에서 나왔다. 내 스스로의 성장을 굉장히 중시하기에 양질의 연사 주제를 미리 알고 관심있는 주제는 반드시 참석하여 Q&A를 미친듯이 내뿜는다. 지식재산권, 창업 및 투자, 스타트업, MD,  ESG, Legal, 입법과 정책 등 관심있는 연사의 주제는 강의가 끝나자마자 주변 시선은 그리 생각지 않고 오로지 연사와 나, 1대1로 집요하게 궁금증을 던지고 답변을 듣고, 재질문을 해댄다. 주변에선 '저 조용하고 맨날 집에 가고 싶어 했던 녀석이 무슨 말이 저렇게 많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이크를 반드시 잡아야 할 때는 잡되 무조건 내 능력을 표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은 평소 내 관심사에서 나오며 어휘, 표현, 문맥과 문장 등을 느끼며 모임 구성원들은 '쟤가 뭘 알긴 아네.'라는 인식은 반드시 주어야 한다.


'기회가 오면 피하지 말고 쟁취해야 한다.' 정도의 거창한 표현이 아니지만 서른 중반을 넘기며 밥은 잘 먹고 잘 살아야겠고 그럴려면 생존은 해야겠는데 이런 저런 모임을 나가며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눈물겨운 개인주의자 이야기다. "내게 관심을 너무 많이 주진 말아달라. 피곤하다. 다만, 잊지는 말아달라. 먹고 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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