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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Dec 21. 2022

월드컵의 피날레, 메시

120분 간의 각본없는 명작, 포기하지 않은 진심

207번째 에피소드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피날레를 울리며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이 시대의 축구황제 메시의 대관식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수십년이 지나도 120분 간의 각본없는 명작은 계속 회자될 것이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메시를 통해서 오히려 '포기하지 않은 진심'을 느낀 것이 흥미롭다. 범인이 아닌 천재가 계속된 정상 도전 실패가 그를 좀 더 초연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만들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아르헨티나 vs 프랑스는 극적인 드라마 시나리오를 그대로 연출하고 있다. 경기초반 압도적인 패스플레이로 2대0의 스코어를 만들더니 싱거운 경기 양상을 띄며 후반 30분까지 이르러 대반전의 서막을 올렸다. 차기 축구황제의 존재를 각인시키듯이 음바페가 3분여만에 2대2 스코어로 만들어 90분의 드라마를 강제로 120분으로 만들어버렸다. 메시가 다시금 자신의 손으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결정지으려는 연장전 골을, 음바페가 기거이 연장전 골로 최고의 빌런이 되었다.


승부차기, 각각 1번 키커로 나온 메시와 음바페는 성공시켜 본인의 몫을 다했고 그 이후 수많은 관중 속 키커로서의 압박,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으로 아르헨티나 우승이 확정되고 축구황제 메시의 대관식은 완성되었다. 메시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역대급 재능으로 메이져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사실에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다. 난 메시의 8년 전 월드컵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때도 자신이 하드캐리하며 조국인 아르헨티나를 결승전까지 올려놓았으나 독일에 아쉽게 석패하였다. 그로부터 4년 후 월드컵에서 결승전은 커녕 그보다 훨씬 하위 토너먼트에서 탈락한 아르헨티나의 성적에, 메시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다. 4번의 월드컵 출전은 무려 16년이나 그것을 열망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모든 조국 팬들의 만류에 다시금 절치부심한 메시가 결국 축구황제로서 이후 만든 성적은 작년 코파 아메리카 우승, 올해 카타르 월드컵 우승이다. 연거푸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포기하지 않은 진심'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요즘 대세 표현으로 치환하자면 '중요한 건 꺽이지 않은 마음'을 5번의 월드컵에서 쓰러지고 또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결국은 모두에게 증명해내었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순수한 열망'

메시가 축구황제로서 그 전까지 본인의 재능, 그리고 역량으로 쉽게 해낼 줄 알았던 일들이 수없이 깨지면서 오만과 자만심을 내려놓고 오로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순수한 열망으로 표출했다. 아르헨티나 조별경기부터 토너먼트경기까지 모든 경기에서 그것이 느껴져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가 한경기, 한경기 절대 설렁설렁 뛰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으니 감동을 넘어 존경심이 들었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연장전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체력이 이미 서있을 힘마저 없지만 최선을 다하는 메시의 모습이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순수한 열망'이 화면을 통해 보고 있는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모르긴 몰라도, 전세계 모든 축구 팬들이 그 모습에 반해 메시의 우승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바람이 전해졌는지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 이후 메시에 의해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영화가 대략 120분이니깐, 결승전 자체가 영화 그 자체였다. 그리고 명작이었다 싱겁지도, 우습지도 않았고 그 누구보다 아르헨티나, 프랑스 모두 열정적이었으며 최선을 다해 공동 주연이었다가 마지막 순간 누군가는 주연이 누군가는 조연이 되어 영화의 대단원을 마무리하였다. 메시가 주인공으로서 그 영화무대를 내려왔다.


모든 감동은 '진심'에서 시작된다. 스포츠가 가끔은 영화를 넘어 선 감동 제작물이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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