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 한잔의 여유 Dec 28. 2022

나고야, 그리고 워케이션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은 곳에서 여행하고 일하며 생존하기

211번째 에피소드이다.


'나고야'로 오게 된 건 순전히 내 친구를 보기 위해서이다. StarCraft 관련 에피소드에서 매번 등장했던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호적수였던 Mr. You가 정착한 '나고야' 비행기 티켓은 그렇게 무계획으로 예약되었다. 지금 현재 에피소드를 작성하고 있는 장소도 '나고야'의 호텔 안이다. '나고야'로 떠나기 전에서야 겨우 자료조사를 통해 도쿄, 오사카와 더불어 제3 도시, 215만의 인구, 일본 전국시대의 세명의 영웅 :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도시이자 여행객들에겐 '노잼도시'로도 유명하단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나는 '나고야공항', 정확히는 '주부 국제공항'에 떨어졌다. Mr. You는 여기에 정착한지 이제 5년차로 곧 일본여성 분과 만나 가정을 꾸릴 계획이다. 친구가 정말 어른이 된 것만 같아 대견스러웠다. 그에게도 처음엔 낯선 땅이었을 일본, 그리고 나고야에서 자리를 잡고, 직업을 구하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서 미래계획을 세운다는 건 정말 존경심이 먼저 든다. 항상 든든한 조력자로 그의 옆에 남고 싶단 생각을 했다.


Mr. You와 보낸 시간은 반나절 남짓이다. 먹거리, 놀거리, 볼거리를 연신 전달해주던 그는 직장 출근을 위해 나를 호텔까지 데려다주고 떠났다. 이제 혼자만의 시간이다. 그건 두려움과 공포, 또한 호기심 그 자체이다. 나와 전혀 관계성(relationship)을 가지지 않은 이들과 둘러쌓여 언어도 통하지 않기에 누구보다 '자유'롭고 또한 그 상황은 두렵기도 했다. 구글맵과 파파고 앱설치는 필수이고 짧디 짧은 생존영어이지만 몇가지 상황을 시뮬레이션해가며 반복할 뿐이다. 나고야역 근처에 위치한 숙소부터 가장 번화가라는 사카에, 전국시대 영웅 중 하나인 도요토미 히데요시 근거지였던 나고야성 등을 혼자 거닐며 둘러보았다. 새로운 상황에 처하면 그걸 대처하는 방식에서부터 본인의 가치관이 나온다. 나같은 경우, 버스 및 지하철 등을 환승해야 하는 상황에 딱 마주하면 그 혼돈이 두렵기에 직통 교통수단만 활용하거나, 환승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상황이면 내려서 도보로 이동하는 편을 택했다. 딱! 그게 나란 사람이다. '여행'이 삶에서 좋은 건, 내가 내 스스로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게 내 자신의 본질이며 앞으로도 그와 유사한 상황에 처하면 난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비즈니스든, 자발적이든 여행을 강력 추천하는 이유다.


'워케이션'

일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혼용어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이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어디서든 쉽게 일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반은 조성되었다. 사실상 워라밸은 언감생심이며 수없이 울려대는 카톡메신저, 업무관련 메일 등은 '워라밸'보단 '워케이션'이란 신종어를 동반했다. 나고야에 와서 나는 워케이션을 제대로 경험했다. 갑작스레 떠난 여행이니 몇가지 일처리가 미흡하게 된 부분이 있어, 여행을 하다가 또 잠시 호텔에 들러 일처리를 한뒤 다시금 나가곤 했다. 모든 사람들은 일과 삶을 분리하고 싶은 경향이 커지고 있으나 내가 그리고 있는 미래사회에선 그 경계가 더 불투명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내 삶에 포함시켜 더 재밌고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냐'란 아젠다를 고민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 대한민국에서는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부산, 그리고 대구 등도 '워케이션' 환경을 조성하기에 유리하다.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기에 '관광'이란 브랜드를 덧붙이기에 안성맞춤이고 대구는 수도권에서 멀지만, 또 그리 멀지 않은 느낌을 주기에 '여행'이란 네이밍에 안성맞춤이다. '워케이션'에서 기본 전제는 떠난다는 의미를 포함시켜줄 수 있는 심리적 인정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도시는 '제주도'를 꼽을 수 있다. 인터넷 발달은 이젠 누구나 제주도에서도 바다를 보면서 쉽게 일처리하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나는 나고야에서 워케이션을 해냈다.


이 에피소드를 기록하고 나는 자고 일어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관문인 '주부 국제공항으로 가는 공항철도를 타는 과정'이 아직까진 두려움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또 막상 마주하면 내 본질대로 행동하고 대처할 것이다. 그게 자유의지를 가진 내 자신이기에 나만의 방식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자리를 잡고 이후의 삶을 계획한 용기있고 멋진 Mr. You에게 이 에피소드를 비로소 담백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긴다. "넌 항상 정말 최고야" 




작가의 이전글 갭이어, 그리고 파란학기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