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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Jul 07. 2023

쌓여가는 책들, 사색에 잠기기

골목길 자본론,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리스타트, 냉정과 열정 사이

247번째 에피소드이다.


어쩌다보니 읽을 책들을 고르다 조금 욕심을 부렸다. 2권을 책을 샀고, 2권을 책을 받았다. 지인이 부탁으로 대학생 골목상권 마케터즈의 경영지원 멘토를 맡게 되었다. 골목은 곧 로컬이고, 로컬크리에이터란 개념으로 인구절벽에 빠진 지역도시의 생존기가 벌어지고 있다. 단순 인구의 감소가 문제라기보단 관계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더 문제라고 분석된다. 사회적자본이 유실되다보니 빈 공간, 누구의 것도 아닌 공공재 성격의 공간을 채워나갈 컨텐츠가 부재하다. 결국 사람이 채워야 하는 것이고, 그 사람은 지역과 관계를 지닌 내,외부인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로컬(Local)을 단순히 지역이란 의미로 직역하면 오산이다. 누군가가 부산의 바다를 보고 그곳에 거주한다면, 그 사람의 로컬(Local)은 부산이란 도시가 아니라 바다가 로컬이다. 그 주인이 바다에서 정착한 다음 해변가에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홍보해 사람이 모였고 또 그 사람이 정착하게 된다면, 그건 부산 도시가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또는 그 속에서 일어난 컨텐츠가 그에겐 로컬(Local)이다. 이렇듯 어느 도시의 바다부터 시작한 해변가, 게스트하우스까지 이어진 로컬(Local)을 계속해서 주변으로 넓혀가 하나의 골목과 커뮤니티로 만들고 브랜딩해나간다면 그건 궁극적으로 하나의 도시, 즉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지역도시 범위와 동일해질 수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의미이며 접근해나가는 출발선이 중요하다. 이런 고민을 누구보다 더 먼저 한 모종린 교수의 '골목길 자본론'을 구입했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프랑스의 대규모 시위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득, 청소년 때 읽었던 홍세화 작가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를 다시금 읽고 싶어졌다. 어렸을 적 읽었을 땐, 똘레랑스라고 일컫어지는 관용정신이 한국사회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홍세화 작가가 정치적 망명 이후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프랑스 사회에서 느낀 점을 담담히 풀어간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다시금 읽고 싶어진 이유는 "그 책을 읽고 난 이후 세월이 많이 흘러 더 사회에 찌들며 이상은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했고 남 문제 일때는 관용적이지만, 당장 내 문제가 되면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유럽은 이민자 문제에 대한 관용적 정책을 펴고 있는 사회이기에 자유,평등,박애의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과 함께 세워진 프랑스도 그 대열에 동참해왔다. 일정비율은 그 사회에서 똘레랑스로서 용인되었지만 최근, 그 똘레랑스가 불안하다. 차별과 적대감이 서서히 표출되어 사회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 시기, 문득 그 책이 다시금 읽고 싶어졌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떠한 사고방식으로 프랑스 사회를 이해하고, 그 책을 집필할 때의 프랑스와 현재의 프랑스는 얼마나 다를지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이다. 이민은 대한민국 사회에도 당면한 문제이다. 받아들이되 어떻게 현명해지는냐만 남았다.


나머지 두권의 책은 선물을 받았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빨간색, 파란색으로 나뉘어져 남녀의 시각에서 각각 쓰여진 소설이다. 이 또한 신입생 때 읽었던 것 같은데.. 벌써 15년이나 지났다. 연애와 사랑에 대해 느끼고 그것들을 표현해나가는 방식이 스무살의 나와, 서른중반의 나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파란색의 남자시각의 책을 선물 받았는데 다시금 읽어보려 한다. 마지막은 야놀자 이수진 대표의 '리스타트'이다. 우연히 특강을 듣게 되었고 지인이 책을 선물해줘서 트레벌 테크기업을 지향하는 스타트업 야놀자의 창업스토리를 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누구나 한번 즈음 들어봤을 그런 회사는 성장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창업자의 눈물과 애환이 모두 담겨있다. 창업동지들의 고생, 그걸 알아주는 투자자 등 귀인,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과정들을 통해 지금의 이 자리에 서 있다. 야놀자 이수진 대표의 특강을 시간내 들은 이유는 성공하기에 어려운 환경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아이디어로 자수성가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런 진부한 스토리에 '또 그거냐'라고 할 수 있지만 내가 항상 믿는 가치는 '선조들이 그 방식만이 절대 속이지 않아 왔고 앞으로고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다. 단단함과 유연함을 겸비한 리더가 최고임에는 틀림 없으나, 가장 기본적 역량은 '단단함'이다. 단단함은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이 아니다. 스스로 이겨내고 슬기롭게 경험해 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함이다. 특강을 들으며 느꼈던 영감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남아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네 권의 책을 쌓아놓고 방구석 도서관 유물로 만드느냐, 이걸 모두 내재화시키느냐는 오로지 나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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