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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Feb 16. 2024

필리핀 내부 희망의 견인차

5박6일 간 필리핀 민다나오 개발청, 대학 및 캠프 아시아 방문기

270번째 에피소드이다.


본질적으로 '역마살'이 내 몸에 깊게 박혀있다.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난 뭘 하고 살았을까 하는 진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장난끼를 빼고 진지하게 우리 집안은 높은 확률로 노비였을 것이다. 임진왜란과 갑오개혁 때 양반가문을 샀을 것이며 기본적으로는 기본 품성이나 평균적 지식수준, 식습관 등으로 말미암아 양반은 잘 어울리질 않는다. 특히 게걸스럽게 먹는 식습관은 딱 양반이었으면 혼깨나 났을 정도다. 조선시대 초기 인구의 약1% 수준의 양반 인구가 현재는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그러니, 노비였을 거라 생각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며 속 편하다. 물론 신분제 사회는 혁파되어 구시대의 유물로 박물관에 잘 보관되었다. 다시 돌아와 어쨋든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무엇했을까 하는 고민에 '역마살'로 전국을 돌면서 만담꾼을 하며 밥을 겨우 빌어먹고 살지 않았을까 싶다. 일종의 광대인데 줄타는 재주는 없고, 남사당패같이 유쾌하게 극을 이끌어 갈 순 없겠지만 중간에 감초로 등장해 만담을 펼치며 어디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누구보다 재밌게 진솔하게 풀어내면서 유랑단으로 살아가지 않았을까 이런 공상을 해보곤 했다. 다행히도 그것보단 좀 더 늦게 태어나 브런치에 글쓰며 직장 잘 다니고 공부는 능력껏 원하는 대로 의지만 있다면 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서두가 길었지만, 새벽시간 나는 인천공항 롯데리아에서 이 글을 쓰며 필리핀으로 출국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개발 쪽을 공부하며 꾸준히 제3세계, 개발도상국을 많이 나가볼 기회를 가졌다. 선진국은 여행으로 쉽게 갈 수 있지만 전자의 경우는 단단히 각오하고 성장동력을 발견하고 학습할 준비로 마주해야 한다.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선진국으로 도약했지만, 한동안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었고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런 우리를 보고 희망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바로 지금의 개발도상국이다. 특히, 동남아는 그러한 국가들이 포진되어있다. 나는 한 국가를 가기 전에 역사공부를 꼭 하고 가는 편이다. 필리핀은 1960년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높았으며 식민지를 겪었지만 다소 국제정세로는 유리한 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란 독재자를 겪으며 정치적으로 불안정함을 겪었으며, 최근에는 치안이냐, 인권이냐란 측면으로 양날의 칼 논쟁이었던 두테르테가 대통령으로 있던 국가였다. 최근, 독재자였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 대통령에 다시 취임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소 의아할 수 있는 결과이지만, 필리핀 역사를 되짚어보면 가문들이 정치세습을 통해 꾸준히 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마치, 중세 유럽사회를 이끌었던 부르봉과 합스부르크 왕가를 보는 듯 하다. 아무튼, 그것도 필리핀 역사와 문화가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필리핀 국민은 큰 성장동력을 발견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시도는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그 희망의 견인차를 짧은 기간이지만 볼 기회가 생겨 잠깐 다녀오려고 한다. 민다나오 개발청, 캠프 아시아에서 진행하는 기후변화에 따른 ESG관점으로 경영하는 협동조합 두리안 농장, 교육을 통해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희망이라고 본 University of Southern Mindanao 등이다. 많이 보고 배우고 상상하는 건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미덕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속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이점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개발도상국이 가진 강점을 파악하고 대비해야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개발도상국은 숭고한 도전자로서 끊임없는 혁신과 개혁으로 국가의 부 창출에서 승리할 수 있다. 다만 국제사회가 끊임없이 하려는 시도는 역사가 결국 승자의 역사란 걸 부정할 순 없겠지만 단순 경쟁자를 넘어 어드바이저(advisor)의 역할 또한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치가 더욱더 중요하다. 경쟁관계이지만, 일정부분에서는 협력할 수 있는 관계이며 더 나아가서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롤 모델이자 어드바이저(advisor)이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많은 생각의 정리는 한국으로 귀국해 한꺼번에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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