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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Dec 19. 2020

학교협동조합과 말레이시아

시장경제 속에서의 협동조합 생존기

서른두번째 에피소드다.


오늘은 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다.

협동조합기본법에 제정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정량적 성장은 이루었다.

이전에 다루었던 협동조합 실태조사의 참담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대구의 사례로 전국을 일반화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표본 데이터로는 예측가능하다.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다.

협동조합은 협동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위한 조직이라고 생각하겠으나 철저히 틀렸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이 우선시되며 설립되는 대다수가 공동체 속이므로

자연스럽게 공동체 내 사업장 위치로, 공동체를 위한 활동이 되길 바랄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또한 차별이 정당화된 조직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냐, 비조합원이냐에 따라 차별을 해야한다.

그래야, 비조합원이 조합원으로 유입되어 협동조합이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다.

(일종의 멤버쉽 제도와 동일)


흔히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사례로는 생협이 있으며 해외사례는 스페인의 몬드라곤이 있다.

최근, 협동조합에서 나오는 이슈 중에서 흥미를 가지고 보는 건 집적체 구조를 갖춰가는 것이다.

협동조합 내 활동가들이 대기업의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발언했지만,

협동조합도 내부적으로는 출자 계열사 정책을 피지않으면 그 규모를 키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은 협동조합 도시지만, 협동조합이 집적체 구조로 지주회사 격을 갖추고 있으며

협동조합이 출자한 법인형태가 주식회사도 있을 뿐더러 순환출자 구조와 같이 지배구조를 갖춘다.

생협도 최근, 세이프넷이라는 상생형 집적체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으며 숙박업, 유통공급 등

단순하게 B to C 구조에서 멤버쉽 제도의 강화, 유통공급망까지 확보로 계열사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협동조합도 시장경제 속에서 경쟁하고 생존을 위한 길을 걸어야 한다고 믿는다.


협동조합의 내적 자본형성을 위해 청소년 교육에 적용이 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협동조합이라면 청소년기에 직,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으면 그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온 것이 '학교협동조합'이다. 학교 내 위치한 매점, 방과후학교를 협동조합이 담당한다.

사실, 이 논리는 엄밀히 따지면 '내부거래'다. 학교협동조합의 구성원은 교사,학부모,학생들로 내부자다.

다만, 그 논리에 함몰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논리로 귀결된다. "설마, 부모가 자식한테 질나쁜 간식 먹일까?"

그래서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은 곳에서 학교협동조합이 도입되고 시행되고 있다.

성미산마을이 대표적이며 내가 대구에 있을 당시 시범사업으로 여러 학교가 선정되어 코디네이터로 도왔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교육부 정책으로 진행되어 '비영리'성을 강조한다는데 있다.

학교협동조합은 정확히는 법인격이 명확히 없으며, 행정사무(등기)를 교육청이 담당하고

협동조합 주무부서에 일괄 갈음하면서 철저히 교육적인 목적으로 활용된다. 이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사회적협동조합 법인격을 따라가면서 '비영리'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효과는 1/5로 줄어든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학교에서 매점운영권을 A학교협동조합에서 맡아 운영하게 되었다.

조합 이사회는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참여하고 기획단계에서 시작하여, 아르바이트 선발을 했다.

아르바이트는 학교 내 학생으로 똘똘한 친구다. 쉬는시간 5분 전에 양해를 구하고 매점으로 와서

상품을 진열하고 대기하고 있다가 쉬는시간에 매점을 열어 상품을 팔고 수업종이 치면 수업으로 복귀한다.

그리고 한달에 아르바이트 비용에 상응하는 월급을 받는다. 상품마다 마진 5%를 붙여 판매했으므로

분기 간 운영한 학교협동조합에는 수익금이 남게 되었다. 대략적으로 200만원이다.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조합 이사회에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비영리'는 남은 수익금을 목적사업에 전액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학교협동조합은 수익배분을 할 수 없고

일절 취약계층 장학금, 수학여행비 보태기, 학교행사비 보태기 등으로 사용해야 한다. 기부를 하는 것이다.

왜?? 왜 그래야만 하지?? 정당하게 머리를 싸매고 땀흘려서 번 돈인데 노력했으니 조합원이 분배하면 안되나?

난 이런 '교육철학'이 조선시대 유교를 못 벗어난다고 생각한다. (특유의 사농공상)

어느 때는 조합원들끼리 분배할 수도 있고, 어느 때는 조합원들이 기부하자고 할 수 있다.

그것을 강제할만큼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인가? 교육은 과연 무엇을 추구하기에 그걸 단정짓는단 말인가?

'비영리'가 청렴한 것인가. 항상 올바른 것인가. 우리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지, 공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철학과 고뇌를 좁히는 행위다. 그런 기본적인 욕구, 욕망을 고민해보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이 물음에 갈증을 느껴 말레이시아로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말레이시아 쿠왈루룸프르에 가면 정말 다양한 협동조합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협동조합의 나라로,

개발도상국 특유의 정서를 가지고 공동체 내 협동조합이 상당히 많이 생겨서 운영되고 있다.

내가 방문했던 곳은 MCSC으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같은 곳이다.

부위원장을 만나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자율을 기반한 관리.감독"이라 했다.

설립 지원금을 지급하고 육성하는 방식이 아닌 설립자체는 어렵지만 자발적인 조직 결사체로 키워내며

협동조합 구성원들의 전문가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협동조합의 나라답게 대학캠퍼스 성격을 가진

CCM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며 숙식이 가능한 구조로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학교협동조합의 연합회인 앙카사는 교복 공동구매를 통한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고

수익금으로 연합회 사무국 운영과 그에 따른 회원사들의 복지증진, 역량강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말레이시아 대학에서 만난 K는 학교협동조합 학생조합장으로 경영을 하고 있었다.

대학 내 복지관같은 곳에 위치한 상점을 외부업체가 아닌 학교협동조합에게 운영권을 주고

기념품샵, 서점 등을 직접 운영하고 수익금을 얻을 수 있기에 학교 내에서 교육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다.

경영학을 전공하던 K는 조합장이 되면서 상품진열, 판매전략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고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시장경제 속에서 협동조합은 생존해야 한다."

나는 협동조합의 정신을 격하시키거나 폄훼해본 적이 없다. 다만, 협동조합은 조합원 결사체다.

생존을 위한 결기가 있어야 하며 그 결기 속에서 경쟁력이 나온다. 국가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한 도구로서

전락하지 않기를 바라며 협동조합이 운영될 수 있는 장은 국가에서, 사회에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작게는 학교, 대학교에서부터 크게는 사회 전반의 특정업종에서는 협동조합은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국가의 관리.감독 범위는 결사체로서의 자율을 존중하며 역량강화에 집중되는 것이 맞다.

썩어문드러진 상처를 덮는다고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 과감하게 잘라내서 새살을 돋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협동조합의 미래는 밝다.



커피 한잔의 여유

국회와 사회적기업, 스타트업CEO, 변호사(로스쿨준비생)


소개      

김인호입니다. 20대에는 사회적기업가로 살았습니다. 30대에는 국회비서관, 스타트업CEO, 변호사로 살려고 합니다. 그리고 40대에는 제 생각을 펼치며 사회를 설득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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