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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Jan 01. 2021

처참한 패배, 솔직히 나도 몰랐다

새로운 시각도 계속된 동일 정보에 매몰되면 변질된다는 걸 확인한 순간

서른다섯번째 에피소드다.


1월1일 잠들기 전, 컴퓨터 앞에 앉아 에피소드를 더 이어가고자 한다.

중앙 선거대책위원장(공동)의 주된 일은 언론공개 회의, 그리고 지역순방이었다.

6.14지방선거 분위기를 잘 아시겠지만 탄핵정국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라 최악이었다.

중앙 선거대책위원회가 움직이면 오히려 지역에서는 표를 깍아먹는다며 거절되는 곳도 있었다.

언론공개 회의는 매일 이루어졌고 주요 내용을 발언하고 비공개로 전환하여 선거현황을 짚었다.


그런데.. 비공개회의에서 검토되는 선거현황은 데이터적으로 계속 좋았다는 것이다.

매일, 매일 검토해도 생각해도 좋다는 것이었다. 지방선거는 지자체장의 승리가 곧 승리이므로

17개 지자체장의 승리여부가 주요 관건이었고 나름 선방한다는 내용이 회의에서 계속 검토되었다.


나는 주로 청년 후보들이 있는 곳으로 연설유세를 나갔다.

중앙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이 아니라 단독으로 움직였으며 모든 건 개인사비로 움직였다.

혁신위원회를 하면서 주로 다루었던 내용으로, 청년 후보들이 공천이 된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분노했던 건, 

소선거구제인 광역의원에 공천이 많이 되었으며 중대선거제인 기초의원의 공천 폭은 적었다.

공천은 주되 6.14지방선거에서 살아남은 청년 후보가 없는 주된 이유가 여기 있다. 잔인한 선거였다.


청년 후보들 연설유세를 가면서 평생 살면서 그렇게 많은 연설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연설유세를 가면서 가장 기분 나쁜 순간이 있었다. 유세차에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하는데

한 아이가 걸어나와 "아저씨들은 나쁜 사람들이래요~" 라고 말했다. 순간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나는 연설유세를 하면서 냉소와 비난을 참 많이 들었다. 근데 그 순간만큼은 정말 화가 났다.

마이크를 잡고 "아니.. 진짜 죄송한데, 하시고 싶은 말 있으시면 직접 나와서 말하세요. 아이 시키지마시고."

그 당시 청년 후보에게는 미안했다. 다만,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 품격을 잃은 정치는 희망이 없다.


6.14 지방선거 당일이 다가오고 중앙 선거대책위원회는 정말 쉼없이 돌아갔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검토되는 선거현황은 나쁘지 않았다. 현장에서 부딪히는 냉대와는 달랐다.

'뭐지? 샤이 보수가 진짜 있는 건가?' 이런 의구심을 가지는 상황을 수없이 맞닥들인 것 같다.

모처럼 친구들과 술한잔할 기회가 생겼다. 짬을 내어 합류했다. 술을 마시다가 지방선거 이야기가 나왔다.

대화에서 슬쩍 빠지려고 했으나 내 심기를 건드리는 말이 들렸다. "이번 선거, TK빼고 다 박살난다."

나는 그 말이 왜 이렇게 거슬렸는지 모르겠다. 참다가 한마디 했다. "아닐껄..? 선거결과 너희 보면 놀란다."


6.14 지방선거 투표가 종료되었고

중앙 선거대책위원회는 당사에 모여 함께 출구 개표방송을 시청했다.

개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우리들의 표정이 잡히고 모두 낙담했다. 처참한 패배였다.

지자체장 선거는 TK만 빼고 모두 패배했다. 내 친구들의 말이 맞았고 내가 틀렸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날 돌아와서 왜 이렇게 잠이 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곰곰히 돌이켜 생각해보니 먼저 이제 빚더미에 떠앉을 청년 후보들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새로운 시각이 필요해서 입당했음에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닐껄..? 선과결과 너희 보면 놀란다." 전형적인 이론과 데이터에만 빠져있는 선비였다.

현장에는 답이 있다. 그리고 몸소 현장에서 그런 냉담과 비난을 맞닥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심했고 솔직히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모두 예상했다.


그리고 한가지 확신이 들었다.

"다시는 지는 선거는 하지 않겠다. 참.. 기분이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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