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정치 참여가 어려운 이유
서른여섯번째 에피소드다.
6.14 지방선거가 끝나고 중앙 선거대책위원회는 해단식 없이 해체되었다. 처참한 패배였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나도 혁신위원회부터 7개월간 지냈던 방을 뺐다. 짐을 다 싸서 대구로 향했다. 오피스텔을 구하고 짐 정리를 다하니 통장잔고가 칠만원이었다. 적잖히 당황을 했다.
물론 돈을 모아놓은 계좌 잔고는 건들지 않았지만 지출통장에는 항상 천만원 가량의 돈을 유지했다. 추산을 해보니 7개월 동안 약 1천5백만원~2천만원 가량을 쓴것이다. 한달에 2백만원씩 온전히! 지출! 사실 누가 그럴 수 있겠는가? 현실정치 참여가 힘든 이유다. 나야 간접적인 선거를 했다. 직접적인 선거를 한 이들의 지출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부모찬스가 가능한 이들은 가족에게 빌렸지만 그마저도 되지 않은 이들은 대출, 그리고 지인들에게 값아야할 빚은 쌓여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정치가 그만한 각오없이 뛰어들면 진정성을 의미받을 수 있겠으나.. 청년들의 정치참여는 목숨을 걸어야한다.
나는 스무살때부터 용돈벌이는 했고 한번도 누구에게 돈을 빌려본 적이 없었는데 칠만원 남은 통장잔고를 보고 지인에게 삼십여만원을 우선 빌렸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해 외부강연 등에 출연할 수 있는지 문의전화를 돌렸다. 생존을 하기 위해 당분간 생계에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 반년 정도 지나서 통장잔고는 원상복귀되었다.
그 시기를 겪으면서 '정치와 생계'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7개월 간 생업을 포기하면서 참여했던 현실정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결과였는지 솔직히 지금도 모르겠다. 내 생업(생존이라 표현)이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대의적 국민들의 생업 개선이 중요한 것인가? 후자라면 그럴만큼 '정치'는 가치가 있는 것인가. 철학적인 질문이지만 굉장히 많이 고민을 했다.
7개월 간 참여했던 현실정치에서 배운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