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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Jan 03. 2021

통장잔고 칠만원

현실정치 참여가 어려운 이유

서른여섯번째 에피소드다.


6.14 지방선거가 끝나고 중앙 선거대책위원회는 해단식 없이 해체되었다. 처참한 패배였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나도 혁신위원회부터 7개월간 지냈던 방을 뺐다. 짐을 다 싸서 대구로 향했다. 오피스텔을 구하고 짐 정리를 다하니 통장잔고가 칠만원이었다. 적잖히 당황을 했다. 


물론 돈을 모아놓은 계좌 잔고는 건들지 않았지만 지출통장에는 항상 천만원 가량의 돈을 유지했다. 추산을 해보니 7개월 동안 약 1천5백만원~2천만원 가량을 쓴것이다. 한달에 2백만원씩 온전히! 지출! 사실 누가 그럴 수 있겠는가? 현실정치 참여가 힘든 이유다. 나야 간접적인 선거를 했다. 직접적인 선거를 한 이들의 지출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부모찬스가 가능한 이들은 가족에게 빌렸지만 그마저도 되지 않은 이들은 대출, 그리고 지인들에게 값아야할 빚은 쌓여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정치가 그만한 각오없이 뛰어들면 진정성을 의미받을 수 있겠으나.. 청년들의 정치참여는 목숨을 걸어야한다.


나는 스무살때부터 용돈벌이는 했고 한번도 누구에게 돈을 빌려본 적이 없었는데 칠만원 남은 통장잔고를 보고 지인에게 삼십여만원을 우선 빌렸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해 외부강연 등에 출연할 수 있는지 문의전화를 돌렸다. 생존을 하기 위해 당분간 생계에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 반년 정도 지나서 통장잔고는 원상복귀되었다.


그 시기를 겪으면서 '정치와 생계'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7개월 간 생업을 포기하면서 참여했던 현실정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결과였는지 솔직히 지금도 모르겠다. 내 생업(생존이라 표현)이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대의적 국민들의 생업 개선이 중요한 것인가? 후자라면 그럴만큼 '정치'는 가치가 있는 것인가. 철학적인 질문이지만 굉장히 많이 고민을 했다.


7개월 간 참여했던 현실정치에서 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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