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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Jan 07. 2021

다시 돌아간 일터, 그리고 선입견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치 참여가 외면받는 이유

서른일곱번째 에피소드다.


통장잔고 칠만원을 메우기 위해 일터로 돌아왔다.

잠시 휴직상태였던 사회적기업으로 복직하였으며 번외로 JOB을 구해야만 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특혜를 받은 입장이다. 창업멤버로 설립한 사회적기업이 있었고

사회적기업의 사무총장(CEO)이 잠시 휴직할 수 있을 정도로 재정건전성을 갖췄으며

제일 큰 은 창업멤버들이 든든하게 받쳐주었기에 잠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과 원만하게 지냈기에 나의 도전을 이해와 관용을 베풀어준 것도 컸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 일터에서 나는 선입견과 마주했다.

우선 NGO 법인격을 갖추고 있는 조직이었으므로 수많은 회원들에게 문의를 들어야했다.

대부분 질문은 '정치색을 보였는데, 다시 복귀했냐'는 것이다.

그분들의 논리는 '이제는 정치만 해야한다'는 것이며 나는 그에 대해서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선출직 출마 등이 아니며 임시직 위원으로 참여한 것이며 그 소임을 다해 이젠 직책이 없다고 했다.


다른 선입견은 외부에서 많이 발생했다.

사업을 하다보면 다양한 분들과 교류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나는 이미 정치인이었으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다거나 그저 내가 몸담았던 당을 극도로 싫어하는 분들은 나와 대화하지 않았다.

정치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냐면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몸담았던 당을 극도로 좋아하면 모든 면에서 너무나 협조적이고

내가 몸담았던 당을 극도로 싫어하면 너무나 싫어해서 사업자체도 함께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때마다, '이미 나는 직책이 없으며 특히 법인과 자연인은 분리되며 다르다. 나는 사업파트너로 온거다.'

나는 설득하고 또 항변을 했지만 사실 이때 많이 지쳤다.


이런 적도 있었다. 지금도 꾸준히 후원하며 심지어 조합원이기도 한 '청년유니온'에 처음 갔을 때

나를 알아보는 분들이 "왜? 오셨어요?"라고 했다. "네? 저는 조합원인데요?"라고 대답했다.

"아? 근데.. 좀 다르지 않나요?" 이렇게 되묻는 경우가 많은데 내 생각은 아래와 같다.

나는 청년유니온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청년세대 중 어느 누가 아르바이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나.

나 역시, 창업 전에는 과외 또는 일용직(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고

거기서 나오는 다양한 부당함과 불공정함을 불평등하다며 인지하고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왔다.

알바노조같은 역할을 하는 '청년유니온'을 내가 싫어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존중하고 존경한다.

정치성향이 다르다? 괜찮다. 그럴 수 있다. 그리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건 내 생각은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 장점 중 하나는 나와 대화를 하고 나면

"그런데.. 왜 이런 분(긍정적인 어휘)이 왜 그 당(부정적인 어휘)에 입당해서 활동하셨어요?"라고 한다.

앞선 에피소드에서 언급했지만, 난 어디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였기에 웃어넘기곤 했다.

''이라는 전체가 ''라는 자연인을 완전히 대변하는 것이 아니듯 나는 내 전문성을 쏟아부었으며

그건 보수정당의 진보를 위해 헌신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그렇지만 역할을 다하고 나온 뒤

나에게 덧씌워진 선입견을 설득하고 이겨내는데 힘겹기는 했다.

사회적기업가에서 정치인이 되었다가 다시 사회적기업가로 돌아오기는 그만큼 어렵다고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여기서 왜? 도대체 왜?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치 참여가 외면받는 이유>를 절실히 깨달았다.

기존 정치권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지만 기업, 시민사회, 대학 등 더 훌륭한 분들은 넘쳐난다.

대한민국은 작지만 강한 나라로 능력있고 공적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너무, 너무 많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 참여를 극구 부인하며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게 비극의 시작이다.


한번 나왔다하면 평생 선입견과 싸워야한다.

'정치적 포부를 가졌다면, 그 정도는 극복해야지~' 라고 누군가가 꼰대같이 말한다면

솔직히 말해서 "정치가 개인(자신)보다 더 소중합니까?"

"그리고 포부보다 전문성발휘 목적으로 참여하면 그건 진정성이 없는 겁니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공동체 사회에서 기준과 방향을 잡는 건 분명히 정치가 맞다.

정치의 중요성은 말해 무엇하리, 그래서 정치 참여가 외면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면 나는 정치는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분명, '정치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개인(자신)보다는 덜 중요하다.'

개인(자신)보다 정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건 전체주의나 독재 단계의 시작이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아서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선입견을 완전히 뿌리 뽑진 못했지만 '말이 통하는 보수주의자,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는 평을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적폐꿈나무에서 합리적 보수주의자로의 변화> 엄청난 변화 아닌가?   



커피 한잔의 여유

국회와 사회적기업, 스타트업CEO, 변호사(로스쿨준비생)


소개      

김인호입니다. 20대에는 사회적기업가로 살았습니다. 30대에는 국회비서관, 스타트업CEO, 변호사로 살려고 합니다. 그리고 40대에는 제 생각을 펼치며 사회를 설득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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