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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Jan 30. 2021

청년상담-힐링보단 지독한 현실주의자

로스쿨 그리고 조영래 변호사

쉰두째 에피소드다


당분간 청년상담을 했던 것들을 각색해서 올리려고 합니다. 청년들이 고민하는 점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냉철한 조언을 주려 노력했습니다.



Episode 14. 힐링보단 지독한 현실주의자


새해가 시작되고 온 첫 번째, 청년상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는 상담 내용이기도 합니다. 장교복무 후, 32세의 나이로 전역하여 법학전문대학원과 취업 준비를 동시에 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난 뒤, 고민하려 했는데 모두 실패하셨군요. 장교 동기생과의 비교가 스트레스로 돌아오고 33세가 되는 나이가 두려움으로 바뀌어 이 상담 글을 남기신 듯합니다.     


우선, 상담요청하신 분이 언급한 ‘이상적으로 꿈을 꾸되, 지독한 현실주의자가 되어라(최게바라)’ 문구를 저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지독한 현실주의자가 되어야죠. 그래야 치열한 사회에서 내가 원하는 성취를 얻으면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깐요. 그래서 제가 지독히 현실적인 조건을 달려고 합니다. 저는 힐링(healing)을 해드릴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33살, 그리고 법학전문대학원, 사연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왜 진학해서 변호사(전문직)가 되고 싶은지는 알겠습니다. 다만, 이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몇 년 더 밀어붙여보십시오. 첫째, 집이 좀 산다. 그래서 학비 걱정,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미취업으로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버틸 수 있다. 그러면서, 졸업 후 변호사사무실을 차릴 비용까지는 있다. 네! 그러면 하십시오. 둘째, 집이 어정쩡하다. 그러면, 코피 터져가면서 학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 등 시간투자를 하고도 잠 줄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서 3년 뒤에 변호사시험에서 뒤처지지 않고 붙을 자신, 그리고 학교선배 로펌에서 파트너변호사로 계약되어 일하면서 돈을 모아 독립할 수 있다는 약 7,8년  간의 자신감이 있으시면 네! 그러면 하십시오. 이게 지독한 현실입니다. 둘 중 하나 상태에서 어느 것도 할 수 없다면, 포기하십시오. 그리고 차라리, 나중을 기약하십시오.     


33살은 중요한 시기입니다. 저도 올해 31살이 되었습니다. 남성분들에게 30대 초반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쌓아온 커리어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시기이며 40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기입니다. 그곳에서 저는 우선 ‘취업’을 권해드립니다. 군대에서 장교로 근무한 경험은 사기업(또는 공기업) 입사에서 굉장한 메리트로 작용할 겁니다. 누군가를 지휘하고 통솔해봤다는 경험은 성공, 실패여부를 떠나 힘이 되는 스펙입니다. 이 스펙을 살리십시오. 그리고 취업을 해서 직장생활을 기반으로 나중에 변호사가 될 제2의 스펙을 쌓아나가세요. 가정을 이루는 결혼도 거쳐나가는 과정일 겁니다. 결혼을 해 아내 분을 잘 만나, 3년 간 꿈을 위한 도전을 참고 기다려줄 수 있다면 정말 당신은 행운아입니다.     


군대장교, 취업(분야에서의 사회경험)을 통한 전문성, 그리고 안정적인 가정을 통한 응원이 있다면 30대 후반에도 얼마든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지금같이 불안한 상태가 아닌 좀 더 내 스스로에 관한 자신감, 그리고 여유를 바탕으로 노련한 변호사(전문직)이 되실 겁니다. 로스쿨은 원래 그런 사람을 위해, 법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위해 만든 제도니깐요.     


그리고 사연에서 말씀하신, ‘군 복무 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많은 서적도 읽고 생각 끝에 주어진 삶에 있어 단순히 직장과 경제적 사항을 쫓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때 제 스스로가 가장 행복한 삶일 것이라 깨달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하고 마치려고 합니다.     


혹여나, 상담요청하신 분께서 현재에도, 미래에도 법학전문대학원 진학 그리고 변호사 자격취득이 어려우실 수도 있습니다. 그건 타이밍의 문제겠죠. 개인 또는 가족의 이유, 경제적 사정 등 소위 운 때가 맞아야 할 겁니다. 다만, 그렇다고 본인이 생각하시는 위와 같은 가치관 실현을 못하실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꼭 변호사일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도와주면서 성장한다는 느낌을 반드시, 인권변호사 그리고 노동변호사만이 만든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때로는 거리를 묵묵히 10년 째 청소해주시는 자원봉사자 분이, 때로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며 현장에서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는 기업가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스스로가 성장하는 과정이 ‘사회혁신’이라고 생각했을 때, 사회혁신은 고귀하기보다는 투박한데서 더 많은 혁신과 성장이 일어납니다. 그 가치관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식은 수없이 많습니다. 변호사라는 사회적 지위, 타인의 시선, 명예 등 그 직업이 가지는 우월감에 혹시 매몰된 것은 아닌지 한번 스스로 점검해보세요. 만약, 그게 아니라면 당신을 정말 존경하며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故 조영래 변호사를 좋아합니다.

그가 검사시보 시절에 남긴 글입니다. 제가 어떤 일을 하다가, 자칫 내가 좀 잘났다고 생각해 우월감을 가지려고 할 때마다 이 글을 읽곤 합니다. 한번 읽어보시고 만약 뜨거운 가슴이 쿵쾅쿵쾅 뛰신다면 도전하시고 지독한 현실을 깨버리는 이상적 현실주의자가 되십시오.     


“지금까지 충분한 실천은 못하였으나, 4개월 동안 내가 수행하려고 하는 제일보는 피의자 또는 참고인, 가족들에게 친절히 대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친절한 자세를 흩뜨리지 않도록, 어떤 경우에도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진 자의 우월감을 나타내거나 상대방을 위축시키거나 비굴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다른 것은 다 못하더라도 이것만 해낼 수 있다면 더 이상 좋은 수가 없겠다. 만약 친절히 해서 일이 안 된다는 것을 내가 마침내 승인하게 되는 일이 만의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것은 나에게 더할 수 없는 심대한 패배가 될 것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면 혹은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인간성에 거는 우리의 모든 신뢰와 희망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1981년 12월 검사시보 시절 일기에서-     


당신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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