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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Aug 11. 2021

“육아휴직"을 “육아석사”로

육아정책에 대한 포지셔닝 전환이 필요한 시점

여든한번째 에피소드이다.


아래 내용은 2016년 아쇼카펠로우로 선정된 이탈리아의 리카르다 체차가 제시한 개념을 바탕으로 하였다. 대한민국 사회는 현재 저출산과 초고령화라는 두 가지에 걸친 공동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저출산은 비혼주의, 딩크족 등의 확산 속에서 사회 인프라 자체의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우선, 저출산이 문제란 관점에서는 서로 견해가 나뉜다. 공동체와 개인을 나누어 판단해보면 저출산은 개인 선택의 자유에 해당할 수 있다. 우리는 공동체를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개인의 자유와 성취가 중요하게 치부되어야 내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에 개인적 차원에서 저출산은 사회문제가 아니라는 견해에 동감한다. 일전에 좋은 기회가 있어 '정해진 미래'의 저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님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인구학이란 생소한 개념을 전공하신 학자로 인구감소에 따른 뉴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개념에 사고가 한번 번쩍했다. 그렇듯 인구감소, 저출산 등의 키워드에서 나오는 부정적 견해를 한번즈음은 다시 생각해보고자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문제는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짚고자 한다. 다만 내 자신이 지극히 개인주의자로서 공감한 '개인주이자 선언'의 작가인 문유석 판사님은 견해의 늬앙스를 옮겨보자면 "개인주의자가 살기에 적당한 개인의 자유를 양보하는 것이 공동체를 유지하고 그 유지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더 지속가능하게 보장되기에 개인주의자지만 공동체를 지키기도 한다." 이 말이 나 역시 개인주의자로 사회를 살아가며 개인의 자유와 성취를 이루면서 공동체 유지발전을 균형잡힌 사고로 도모해야하는 난제를 항상 마주하며 살고 있다. 다시 말해 저출산은 공동체 유지 관점에서는 분명 대한민국이 마주한 사회문제가 맞다. 그것도 심각하리 만큼 말이다.


이 고민은 3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3살 터울로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두 아이의 엄마로 경력단절녀인 저희 누나가 내게 고민을 던져줬다. 나보다 유능한 누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과연 희망적이었는가’ 의문이 많이 들었다. 김춘수의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은 존재에 대한 자각이다. ‘육아’란 치열한 과정 속에서 ‘누군가의 엄마’만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이름으로 불리길 모두가 원한다. 여성들의 저출산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경력단절'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보면, 남녀 모두 육아휴직 신청이 가능하고 노동자의 육아휴직에 따른 사업주 지워제도,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 금지 등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의 대부분은 제도의 부재로 나타나진 않는다. 그 제도가 인간이 본연히 가진 개인성취 욕망과 가족 구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감 간의 괴리를 현실적으로 좁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6년 아쇼카펠로우로 선정된 이탈리아의 리카르다 체차는 이를 새로운 개념을 가지고 접근해왔습니다. 바로, 육아휴직을 '단절'이 '성장'으로 포지셔닝을 전환하여 육아석사(Maternity as a Master)를 제시한 것이다. '누군가 아이를 길러야 하니 아이 엄마가 쉬어라'라는 시각이 현재에도 지배적인 사회에서 '엄마'와 '사회인' 사이에 선택을 고민하는 상황은 저출산을 부추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과 사회경력을 가진 여성들에게 육아휴직은 곧 '단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리카르다 체차는 육아의 과정을 사례와 자료분석을 통해 육아기간 동안 여성들은 공감, 경청, 관계관리, 시간관리, 멀티태스킹, 창의적문제해결, 리더십이 길러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육아를 통해 부모들은 시간과 자원을 최적화하고 목표와 우선순위에 따라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등 매일의 위기 속에서 멀티태스킹 능력과 창조적인 솔루션을 찾는 능력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즉, MBA(경영학 석사) 분야 중 본사(부모)에서 출자한 자회사(아이)를 성공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모듈화하여 1년 과정으로 커리큘럼화하고 대학과 연계하여 특수목적대학원 형태로 석사과정을 개설한다면 그 제도를 활용하는 용기 있는 여성들에게는 그 기간이 '단절'이 아닌 '자기계발'로 포지셔닝을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남성 육아휴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므로 점차 남성육아휴직 대상자에게까지 범위를 확대해서 ‘육아’란 본인의 성장의 기회라는 브랜드 포지셔닝 전환을 꾀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것이다.


육아는 아직 내가 겪어보지 않은 과정이다. 그러니 위 견해가 상당히 설익고 정교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가족공동체와 개인의 균형잡기의 서막이 올랐다고 확신한다. 개인의 꿈을 찾기 위해서 오늘도 청년들은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가 도래하고 이제는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 '결혼'과 '출산'은 가장 먼저 선택지에서 지워지는 항목이다. 최소 단위에서 가족공동체와 개인의 균형잡기에서 하나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가족공동체가 모여 만들어지는 국가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 거시적 대안보다는 미시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브랜드 포지셔닝을 대전환할 시점이 다가왔다. 우린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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