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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Sep 22. 2021

내 성장기를 함께 해온 이스포츠

부산 광안리 10만 인파의 기록을 가진 이스포츠

아흔한번째 에피소드이다.


앞으로는 이스포츠에 관한 견해를 자주 언급할 예정이다. 그 연유는 차차 브런치를 통해 알리고자 한다. 우선 이스포츠는 PC,모바일게임을 스포츠화하여 산업으로 발전시킨 영역을 말한다. 내게 이스포츠가 먼저 다가온 건 임요환의 스타크래프트였다. 온게임넷이란 게임방송채널로 대표되는 케이블은 내겐 황홀의 영역이었다. 우리 집은 그 당시 안테나 있는 럭키금성 작은 텔레비전을 쓰고 있었는데 정규편성채널만 볼 수 있었다. 가끔 찌지직거림이 심해 텔레비전 옆면을 쎄게 때리면 찌지직거림이 극대화되었다가 깨끗히 나오는 고물상에서나 볼 법한 제품이었다. 내가 떼를 써서 '케이블'이란 것을 신청했다. 나도 다른 세상을 접하고 싶었고 친구들과 대화에 끼고 싶었다. 한창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PC방을 휩쓸고 있었다. 임요환이란 강자의 시대가 저물고 이윤열이 등장했다. 그야말로 천하통일의 전성기가 오래 갈 것 같았지만 최연성이란 괴물이 또 등장했다.


중학교 시절에 인기가 있으려면 3가지 중 하나라도 잘하면 되었다. 먼저 공부! 다음은 싸움! 마지막으로 게임! 3가지 중 하나만 잘하면 전교권에서 인기 만점이었다. 공부는 전교1,2등을 다투고 있었고 싸움도 곧잘해서 날 건드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게임! 스타크래프트 전용맵이었던 로스트템플, 개마고원, 헌터 등을 계속 하다보니 나름의 해법이 보였다. 주종족은 테란! 테란의 황제 임요환 뿐만 아니라, 판짜기의 달인인 괴물 최연성의 영향이 솔직히 내겐 더 컸다. 다전제에서 보여준 판짜기는 나에게 황홀한 감정마저 느껴졌다. 초반,중반,장기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초반에 불리해진 전세로 흘러가 역전이 불가능할 게임이 되었을때 상대편이 게임을 즐기지 못하게 빠른 GG로 게임을 포기해버리고 다음 게임을 준비하는 등 절대 기세를 넘겨주지 않겠다는 다전제 판짜기는 괴물 최연성의 최대 강점이었다. 그렇게 그는 OSL, MSL 5회 우승과 WCG 금메달까지 딴 결승전 무패의 한 시대를 풍비한 최강자였다. 중학교 시절 나는 최연성 스타일을 보고 따라하며 게임을 했다. 리플레이가 자세히 없던 시절이지만 적절한 상황판단에서 '최연성이라면?'이란 생각으로 결정했다. 1년 남짓 지났을 때, 이미 난 중학교에선 테란 최강자가 되었다. 테란,프로토스,저그 3종족을 대표하는 이가 있었고 한 주축을 이루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비슷했다. 학교축제에서 이스포츠대회를 하면 항상 내가 나서 휩쓸었다. 대학교에서도 기숙사 이스포츠대회는 나서 순위권에 들어서 쏠쏠한 상품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스포츠를 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뽑으라면, '공군 이스포츠병 창설'이었다. 이스포츠의 레전드인 임요환이 군입대 시기가 돌아오며 전략적으로 나온 신설병이었고 이는 이스포츠가 단순히 게임이 아닌 직업으로 인정받는 최초의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프로게이머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아 군입대 이후 다시 복귀의 터전을 마련해줄 수 있는 제도였다. (하지만 후술될 사건을 기점으로 이스포츠병은 폐지되고 만다) 가장 슬펐던 순간은 두개인데 첫번째는 '승부조작사건'이다. 일부 프로게이머들이 승부조작사건에 가담하여 이스포츠판이 완전히 매도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유명 프로게이머가 끼어있어 더 큰 충격이었다. 이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으로 10대 후반 청소년기에 데뷔하는 프로게이머의 특성상 직업윤리 교육에 대한 것이 부족했다는 것을 자인한 사건이다. 스타크래프트2가 도래하고 한번 더 '승부조작사건'이 일어났고 그때도 마찬가지로 유명 프로게이머가 끼어있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이스포츠의 절정으로 달려갈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 이때 이스포츠의 산업화를 통해 아시안게임, 올림픽종목으로 진입을 노리고 있었는데 완전히 망쳐버리고 말았다. 그 계기로 공군 이스포츠병도 사라지고 신인들의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리그도 점차 쇠락의 길로 갔다. 그래서 두번째 슬픈 사건인 'MSL'의 폐지였다. 정확히는 MBC게임방송채널이 완전히 다른 채널로 변화되면서 온게임넷 독점채널로 바뀌어서 양대리그라는 상징적인 것이 깨져버렸다.


조직이 항상 문제다. 스타크래프트 기준으로 연맹과 협회 간의 알력 싸움이 있었다. 스타크래프트1이 쇠락의 길을 걷고 그 대체재로 스타크래프트2가 부상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스타1,2의 병행리그였던 프로리그에서 가끔 거슬리는 키워드가 '협회 선수가 최초로 연맹 선수를 이겼다'는 식의 해설과 대진결과의 발언이 나왔다. 그만큼 이스포츠판에서 알력 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스포츠는 건강하게 그리고 제대로 키워야한다.


그래도 기회는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를 철회했다. 시대에 맞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책 발현단계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은 반드시 숙지하고 그런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스포츠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저번 아시안게임에서 이스포츠는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어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금메달, LOL에서는 은메달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수준이란 것을 확인했다. 올해 아시안게임부터는 정식종목이 되어 금빛 물결을 정조준하고 있다. 청소년, 청년들의 커뮤니티가 PC게임으로 모여들었고 모바일게임까지 확장되어 형성하고 있다. '히키코모리'라는 부정적인 언어로 이들을 표현하는 것은 성급하다. 밖에 나오지 않을 뿐 그들은 온라인상에서 교류하고 대화하며 성장해나가고 있다.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냐, 그리고 제대로 키워서 직업의 선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냐 이게 더 현실적인 접근이다.


프로게이머만의 직업이 있는 곳은 산업으로 성장할 수가 없다. 우선 그것은 '재능'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게임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자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흥미만 있다면 매니저, 감독, 브랜드관리, 행사기획 등 프로게이머를 중심으로 포진할 수 있는 산업군으로 직업선택의 기회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것이 산업 전반이 발전하는 길이고 음지영역이 아닌 양지영역에서 건강하게 관리되고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 이스포츠의 발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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