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4: 코끼리 바위의 진실
코끼리 바위.
노 원장과 나는 그곳을 그렇게 불렀다.
보육원에서 차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산자락에서 올려다본 그 바위는,
멀리서 보면 거대한 코끼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그 거대함은 마치 산의 수호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기이한 모습 뒤에는 늘 알 수 없는 불길함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매번 그랬다.
노 원장이 건네는 요구르트에 탄 약 기운 때문에 나는 몽롱한 상태에서 산에 올랐고,
산길도 산에서 한 행동들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희미한 꿈처럼 지나갔다.
트럭 엔진의 웅웅 거리는 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렸고,
머릿속은 안개 낀 듯 뿌옇게 흐려졌다.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낡은 트럭의 덜컹거림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날따라 유난히 심했던 차멀미 때문이었는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노 원장 몰래 마셨던 요구르트를 모두 게워 냈다.
쓴 위액과 함께 끈적한 요구르트가 목구멍을 타고 쏟아져 나왔다.
한바탕 토하고 나니 속이 뒤집히는 고통과 함께 묘한 해방감이 찾아왔다.
무엇보다 머릿속을 짓누르던 몽롱함이 거짓말처럼 걷히고,
주변의 모든 것이 선명하게 눈과 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난생처음으로 맑은 정신으로 코끼리 바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산길은 험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 발목까지 오는 수풀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다.
흙길은 축축했고, 밤새 내린 이슬에 젖은 나뭇잎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눈에 띄는 표식도 없었고, 인적도 드물어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노 원장은 마치 자신의 뒷마당을 걷는 사람처럼 익숙하게 숲을 헤쳐나갔다.
그의 거친 숨소리와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만이 적막한 산에 울려 퍼졌다.
가끔씩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듯 뒤를 힐끗거렸다.
나는 그의 뒤를 묵묵히 따랐다.
차가운 새벽 공기는 어느새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식혀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오른 후, 드디어 거대한 코끼리 바위를 마주하게 되었다.
멀리서 볼 때는 분명 코끼리의 형상이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그저 거대한 바위 덩어리에 불과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나간 바위 표면은 거칠고 울퉁불퉁했으며,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노 원장은 거대한 바위 아래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동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좁은 돌 틈이 있었다.
그의 넉넉한 체구로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통로였다.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내가 이 일을 해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의 지시에 따라 몸을 구부려 기어가다시피 통로를 지나갔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통로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차가운 바위의 감촉이 옷 위로도 느껴졌고,
축축한 흙냄새와 눅눅한 이끼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 거친 숨소리와 심장 소리만이 좁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오직 앞만 보고 기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들어가니, 좁았던 통로가 점차 넓어지면서 좀 더 넓은 공간이 나왔다.
천장 위 돌 틈 사이로 조금씩 비치는 희미한 햇살이 공간을 밝혀주었다.
그 빛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바닥에 보자기로 꽁꽁 싸매 놓은 물건들 수십여 개가 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보따리들은 마치 누군가 급하게 숨겨둔 듯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낡고 해진 천으로 감싸인 보따리도 있었고,
비단처럼 매끄러운 천으로 감싸인 보따리도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보통 물건들이 아니다.
보따리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흙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오래된 냄새가 풍겨 나왔다.
나는 노 원장의 지시를 떠올리며 가장 작은 보따리 하나를 골랐다.
조심스럽게 그 보따리를 품에 안았다.
혹시라도 부서지거나 깨질 세라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보따리의 무게는 생각보다 가벼웠지만, 그 속에 담긴 미지의 가치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나는 품에 안은 보따리를 소중히 감싸 안고, 좁은 통로를 다시 기어 나왔다.
어둠을 뚫고 밖으로 나오자, 눈앞에 펼쳐진 푸른 하늘이 눈부셨다.
상쾌한 공기가 폐 속 가득 들어왔다.
노 원장은 바위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품에 안고 있던 보따리를 그에게 건넸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산을 내려가자."
그는 서둘러 하산을 재촉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노 원장의 차를 타고 보육원으로 돌아오던 길에,
나는 트럭 조수석에서 잠든 척하며 노 원장과 그 일본 도굴꾼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몽롱함이 걷힌 채로 마주한 '코끼리 바위'와 그 속의 '물건들',
그리고 노 원장의 이야기는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그날의 모든 감각과 정보는 이제 나의 일부가 되어,
잊고 있던 과거의 조각들을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