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7 하드웨어는 한국(기지, 땅) 소프트웨어는 미국(부대시설)
일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캠프 내 모든 시설은 미국(군)의 기준대로, 방식대로 존재하고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 PX는 한국군, 미군 모두 똑같이 운영이 되지만(VAT가 없거나 세금이 빠져 굉장히 저렴하다.)
미군의 AAFES(Army & Air Force Exchange Service)는 그야말로 한국의 대형 할인마트를 통째로 옮겨놓은 것 같이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고 유명 브랜드도 굉장히 많다. (다시 말하자면 그때가 1995년도이다. 그 당시에 느낀 AAFES는 정말 문화 충격이었다.) 물론 카투사들은 한국군으로 소속이 되어 이용불가이다. 다만, 그 안에 있는 푸드 코트(먹거리)는 상관없이 이용 가능하다.
미군이나 미군 가족들도 한 달인지 1년인지 살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어 싸다고 무작정 구입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신경 쓰고 살 수 있는 정도이다. 원칙적으로 카투사들이 구입할 수 없지만 똑똑한(?) 친구들은 자기의 룸메이트(미군)에게 부탁해 자신이 사고 싶어 하는 제품을 구입하는데 나도 그런 적이 한두 번 있었다. 바로 리바이스 501 오리지널 브랜드인데 나 왜 이게 인기인지 몰랐는데 이게 일자 모양이고, 단추로 되어 있어 지금 말하자면 소위 간지가 나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내가 이용한 시설은 볼링장, 짐, 도서관, 안토니오 피자, 버거킹, 극장 이 정도 되는 것 같다. 술집도 있고(술집이라 표현한 것은 내가 술, 담배를 하지 않아서 그냥 생각 없이 표기했다.) 하여간 미군과 그 가족들이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모든 시설이 다 있다고 보면 된다. 학교도 있고, 소방서도 있고, 각종 편의 시설도 다양하고 많고 아마 2025년의 미군부대는 더 많을 것이다. 특히 험프리스 캠프는 단일 미군부대 캠프로는 세계 최대 규모 기지이니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나의 최애 피자, 안토니오 피자 한국피자보다 사이즈도 크고, 한국보다 짠맛이 더하다. 그리고 가격은 혜자 수준이고 그래서 캠프 초대한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 꼭 먹였던 피자. 이 맛이 지금의 코스트코 피자와 비슷한 느낌을 받아 현재는 코스트코 피자를 자주 먹게 된다. (남들은 짜다고 싫다고 한다. ㅋㅋㅋ)
여기 버거킹은 캠프 험프리스이다. 이태원에도 유명한(?) 버거킹이 있는데 왜 맥도널드가 아닌 버거킹이 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친한 미군에게 물어보면 미국의 자국 기지 안에는 맥도널드가 더 많이 있다고 하더라.
미군 부대 내 AAFES(군인 및 가족에게 의류, 전자제품, 식품 등을 판매)와 같은 느낌이 들지만 운영 방식에 따라 구분이 되고, 그에 따라 급여도 다르다. 한 마디로 벌어가는 만큼 그 돈으로 급여를 주고 직원을 채용한다. MWR (모럴, 복지 및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의 일환.
예를 들어 부대 내 볼링장, 레스토랑, 골프장, 클럽 등 이런 곳은 NAF(Nonappropriated Fund)에서 관리하는데 무슨 뜻이냐 하면 미 의회에서 배정되는 예산(Appropriated Funds)이 아닌 해당 시설들의 자체적인 수익으로 운영이 되는 것이다. MWR 직원들은 자체 예산, 자체 직원으로 채용이 되고 일하는 것이라 일반 군무원이나, AAFES의 직원 하고는 또 다른 개념인 것이다. 한국인들도 군무원으로 많이 근무하고 있는데 MWR 쪽이 아니면 미의회에서 편성되는 예산으로 운영이 되고(안정적) MWR 쪽은 아무래도 운영 수익으로 하다 보니 정해진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거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하물며 미국의 고용 시스템에 해고는 간단하므로 어찌 보면 더 불안한 직장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미군기지에서 일한다고 하면 아마 MWR 쪽이 60~70% 이상은 될 것이다. 대부분 그렇다는 것이다. 군생활 하면서 미군의 일자리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미군들에게 물어보고 또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물어보고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제일 충격을 받았던 건 1년에 30일 휴가 한 번에 몰아서 사용하고 12월에 한 달 휴가 신청하고 해외 놀러 간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도 주 5일 근무제에 휴가 + 공휴일 모두 합치면 30일 Ordinary Leave 가능할 것 같았다. 다만, 한 번에 몰아서 사용을 못한다는 것이지. 그렇지만 직장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도대체 이 놈의 나라는 스케일이 뭐야? 그렇게 하고도 운영이 되는 게 신기하고, 그렇게 복리후생으로 휴가를 줘도 전혀 눈치 주지 않는다는 거........ 잘 사는 나라의 품격이라 생각해야 하는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복지....... 20대 우물 안의 개구리가 세계 최강대국의 문화와 사회 시스템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내가 군생활을 끌려 온 것인지, 미국 유학을 온 것인지 행복한(?) 혼란도 겪지만 이런 혼란은 얼마든지 더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남들은 군생활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대부분 말하지만 난 조용히 외친다. 나?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