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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pendence Day

EP.26 Don't do that~

by happy daddy

극장에 가다.


캠프 내에도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이 있다. 캠프 크기에 따라 없을 수도 있지만 비교적 규모가 큰 캠프는

대부분 있다. (다행히 내가 있는 케이시 캠프도 부지가 넓고 크다.) 왜냐하면 부대 자체가 미국 타운을 그대로 가져왔고 군인 가족도 있고, 학생도 있고, 그래서 일반 사회의 모습도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소방서, 도서관, 짐(체육관), 수영장(실내 혹은 실외), AAFES(쉽게 말해 PX), 바버샵, Pup(술집), 우체국

(당연히 미국까지 우편을 보낼 수도 있다.) 세탁소(군복 및 사복), 레스토랑, 버거킹...... etc


여기 극장이 좋았던 것은 당시만 해도 국내 개봉 전에 상영하는 영화도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자막이 있다. 그냥 생으로 영어로 듣고, 봐야 한다.


금요일인가 토요일에 몇몇 선임들과 함께 케이시 캠프 내 극장을 가게 되었다.

그때 상영한 영화가 '인디펜던스 데이'였다. 최근 2016년에 후속작이 나오기도 하였다.


대충 내용은 이렇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는데 미국(국뽕주의)의 영웅들이 물리쳤다는 액션, 어드밴티지

영화라 볼 수 있다. 언제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고 세계의 평화가 미국의 히어로에 의해 유지가 되는 뭐

그런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인디펜던스데이.png

인디펜던스 데이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하고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며 외계인의 침공에서

독립하는 뭔가 국뽕이 차오르게 하는 영화이도 미국인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다.


부내 내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는 내게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내가 영화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매주 주말의 명화, 토요명화 (등장 BGM부터 아주 좋아했고) 할리우드 영화, 서부영화, 홍콩 누아르, 발리우드 등 종류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봤다.


둘째는 캠프 내 극장은 미국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서 자막이 없다. 미국인에게는 자국 영화를 굳이 친절하게 한글로 자막을 낼 필요 없이 바로 틀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 히어링에도 도움이 될까 싶어 (사실은 그냥 영화 보는 게 더 좋았다.)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극장의 입장에도 순서가 있다. 요새 놀이공원도 그렇지만 '익스프레스 어트랙션'이라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일반 티켓을 소지한 사람보다 줄을 많이 서지 않고 그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티켓이 있다.

남들보다 돈을 더 지불했기 때문에 편의를 봐주는 것인데 일종의 자본주의의 한 현상 아닐까 싶다.

줄을 오래 서지 않으려면 그만큼 가치를 더 지불해라 그게 싫다면 오래 기다려도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일반으로 요금을 지불해도 된다. 다만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이런 문화가 이미 미국이나 자본주의, 시장주의 국가에서는 널리 퍼지고 이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땅의

미국캠프라는 거......


캠프 내 극장의 입장 순서 즉, 좌석을 선점할 수 있는 권리는 티켓 구입을 지불한 미군과 미국인에 의해 그

우선권이 있고 카투사들은 무료입장이라 나중에 입장하거나 남은 좌석을 이용해야 한다. 다만 이게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똑같이 줄을 서서 들어가기 때문에 좀 애매하다.


하지만 영화가 재밌거나 주말이거나 그런 경우 당연히 좌석이 매진되고 그럴 때면 당연히 유료 입장이

우선인데 그런 사실을 모르고 줄을 서는 카투사들은 극장의 매니저가 제지하거나 나중에 보라고 하면

그걸 가지고 또 따지고 차별(?)한다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카투사들은 소위 말하는 SKY출신들이 많아서 (거듭 강조하지만 나 여기 속하지 않는다.)

말도 조리 있게 하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고 또 이게 차별이라도 느끼면 그때는

목소리가 더 커진다. 그때 영화를 볼 때도 줄을 섰던 우리 무리들에게 나중에 보라고 요구하는 매니저와

선임들이 차별하지 말라는 대립과 소동이 발생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좌석이 매진되지는 않아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한바탕 소동이 발생 후 영화를 맘껏 감상하거나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나마 스토리 중심보다 액션이나

화려한 영상 위주여서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하여튼 그랬다.


카투사들은 모든 경쟁에서 미군에게 지지 않으려고 하고, 때론 서로 국뽕에 취할 때가 많아 그것이 감정의

골로 깊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군인들 해봐야 20-24살 안팎인데 얼마나 혈기 왕성하고 지식적으로 자신이 똑똑하다고 여겼으니까 그 상태에서 뭐든 전투적으로 임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마치 상대방을 이해하고 내 뜻을 굽히면 그것이 마치 전부를 잃어버린 것처럼 생각이 들어 더 오버하고 치열하게 싸웠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카투사들도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것일 수 있겠다.


참고로,

이발은 헤어컷 쿠폰을 한 달 2장 주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데 극장은 자체 수입으로 발생하는 수익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무료로 제공해 주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도 당시에 지금처럼 '익스프레스' 그런 말도 없었고 (아마 공항 그런데에서는 패스트 트랙 같은 것은 있었을 것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개념도 좀 부족했던 것 같고 뭐든지 국가 대 국가로 해석하려 행여나 이것이 차별대우 아닌가 하는 그런 기준으로 판단하였던 것 같다.




살아보면서 깨닫는 것은 진정한 '인디펜덴스'는 이런 물질과 형식뿐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 국뽕 그리고 내로남불의 정신에서도 자유로워 남을 대할 때 나의 기준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때 서로가 가까워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현실을 냉정히 판단하고 나 자신을 객관화해야 남에게 끌려가지 않고 주도적으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다. 그럴 때 남을 감쌀 수 있는 여유와 베포가 생기며 그럴 때 더욱 남의 말을 경청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는 것 같다.


나를 괴롭게 하고 내 우물 안 무지와 편견에서진정한 'Independence day'를 만들어 보자.

그것이 학교가 되었든, 가정이 되었든, 직장이 되었든, 어느 공동체 가운데서도 자유롭고 독립적인 마인드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함께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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