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의 루틴을 걱정해 주는 그녀

나는 참 행복한 사람❤️

2년 만에 돌아오는 국가건강검진. 귀찮고 하기 하기 싫지만 꼭 해야 되는 그것. 우리 부부는 항상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추가로 검사한다. 오늘은 와이프의 국가건강검진 하는 날. 새벽부터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기진맥진해진 그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눈은 벌겋게 충혈되었다.

9시 예약이라서, 아이들 등교시켜 주고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컨디션은 좀 어때? 괜찮아?"

"병원 가는 길에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쩌지?"

"미리 말하면 중간에 내가 찾아볼게. 걱정 마."

"그런데 오빠 루틴 깨져서 어떻게 해?"

순간 나는 잠깐 뻥 졌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만보 걷기 루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우선순위가 와이프의 건강검진이다.

남편으로서 와이프가 건강검진을 받는 동안 당연히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말을 듣고 복잡 미묘한 감동이 밀려왔다.

얼마 전, 나는 금융사기라는 거미줄에 걸려서 우리 가족의 미래를 담보로 한 수천만 원의 돈을 날리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도 그녀는 내게 싫은 내색 하나 보이지 않았고 듣기 싫은 잔소리도 하나 하지 않았다.

나 같았으면 난리난리 났을 텐데.

나를 얼마나 신뢰하고 사랑하면 이렇게 해줄까! 사람의 본심은 평온한 상태가 아닌, 고난에서 드러나는 것인데...

그녀의 신뢰와 사랑이 나로 하여금 다시 살 수 있는,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희망을 주었다. 나는 도대체 전생에서 나라를 몇 번이나 구한 것인가.

오늘도 나의 루틴을 걱정해 주는 그녀의 진심을 들으며, 나의 마음과 눈시울은 감동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부부가 살다 보면, 많은 위기가 찾아온다. 성격차이, 외도, 경제적 빈곤, 자식교육문제, 양가 집안문제, 기대에 대한 실망감 등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남자는 자신이 못나고 찌질할 때, 믿어 준 사람에게 목숨도 바치는 동물이다. 그런 사람이 바로 내 와이프라는 것이 천운이다. 오늘도 그녀와의 지금 여기서의 행복은 현재진행형이다.

작가의 이전글 지우라는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