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고 나서 글 한 편 써보려 해도 막막할 때가 많으시죠? 여러분을 위해 홍수정 평론가가 몸으로 익힌 영화글 쓰는 법을 여기 풀어보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머릿속에 어렴풋한 느낌만 있을 뿐, 무슨 내용을 쓰고 싶은 것인지 도통 정리가 안 된다.
이럴 때는 일단 그 느낌을 구체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몽글몽글한 단상을 단단한 뼈로 바꾸어 놓아야, 여기에 차츰 살을 붙여가며 글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낙서, 혹은 브레인스토밍이다. 나는 그냥 낙서라고 여기고 있다. 요즘도 글이 잘 안 풀릴 때, 내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자주 쓰는 노트를 펼쳐 이리저리 낙서를 하는 것이다.
낙서는 어떻게 하는가? 영화를 보면서 떠올랐던 가장 인상적인 것들을 단어로 끄적인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스브스 프리미엄'에 <전,란>에 대한 글을 기고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어떤 주제로 쓸지는 확정하지 못했다. 나는 일단 노트에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강동원.. 푸른 도포자락.. 남성이 많이 나오는 영화..
후.. 노트에 혼자 적었던 것을 여기 공개적으로 올리니까 꽤나 수치스럽지만 계속 이어나가 보겠다. 나 같은 경우 더 인상적인 생각은 더 크게 적는다. 또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들은 서로 인접한 공간에 적어 둔다.
그리고 노트에 적은 단어에서 차츰 더 생각의 줄기를 뻗어나간다. 연상되는 것들을 적는다. 나의 경우 푸른 도포는 '사극'으로, 남성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정해인'으로 연결됐다. (이런 생각이 어떻게 글로 완성됐는지는 곧 올라올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처음부터 머릿속에 모호한 생각을 하나의 유기적인 글로 풀어내려면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보통 머릿속의 영감은 무작위로 뒤죽박죽 섞여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하나하나 풀어내어 체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낙서가 효과적인 이유는, 일단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언어화해서 고정시키기 때문이다. 종이에 현출 된 단어를 통해 생각이 더욱 풍부하게 확장되기도 한다.
일단 이 단계에서는 체계화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게 찾아온 작은 생각, 옅은 느낌까지 모두 단어로 포착해서 풀어놓는 것에 집중한다. 이것들을 어떻게 체계화할 것인지는 다음 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