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고 나서 글 한 편 써보려고 해도 막막해서 때려치운 것이 몇 번인가. 영화글 쓰는 법, 사실 어렵지 않아요. 따라해보아요.
지난 글에서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떠오르는 감상을 자유롭게 낙서하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
이제 종이를 보면 이런저런 단어를 끄적여 놓은 흔적이 보일 것이다. 단어라 표현했지만 실은 '키워드'다. 이것들은 우리의 글을 짓기 위한 벽돌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 이걸 요리조리 잘 조합하면 된다(쉽죠?).
이제부터 할 일은 종이에 적힌 단어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마치 분리수거일에 버릴 물건을 분리하듯이. 별생각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하면 된다.
종이 위의 키워드를 보며 같이 다룰 것들을 묶어본다. 두 개, 세 개, 혹은 그 이상의 키워드가 서로 같이 묶일 것이다. 함께 묶인 것들은 통상 같은 단락에서 다뤄진다.
보통은 낙서를 할 때부터 비슷한 생각을 인접한 곳에 적어 두기 때문에 '연결하기' 작업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예를 들어 배우에 관한 생각은 이쪽 편에, 카메라에 대한 생각은 저쪽 편에 같이 써뒀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다 보면 의외로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단어를 묶고 싶은 경우가 생긴다. 그건 아마도 그 단어들을 통해 연상되는 주제에 대해 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대로 하면 된다.
또 그루핑을 하다 보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탈락되는 애들이 생긴다. 그럴 때는 어느 그룹에 넣어줄까 잠시 고민하다가 영 답이 없다 싶을 때는 불쌍하게 생각해서 어디라도 끼워 넣어주지 말고 단호하게 포기한다. 원래 글쓰기란 생각을 쥐어짜는 것만큼이나 가지치기 작업이 중요한 법이다. 떠오른 대로 다 글에 넣다 보면 글이 삼천포로 가니까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연결 작업이 끝나면 브레인스토밍은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이것들을 가지고 뼈대를 세우면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된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낙서하기와 연결하기 작업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살을 붙이는 과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어떤 글을 쓸지 정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영감을 적어나갈 때, 우리는 보다 창의적이고 생생한 '날 것'의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다. 그러니 글을 쓸 생각에 조급해 하지 말고, 두 단계를 충분히 거친다. 토대가 튼튼하면 글쓰기는 술술 풀린다.
여태까지 과정을 마친 종이는 버리지 말고 잘 보관해 둔다. 글을 쓰면서 틈틈이 참고하게 될 것이다. 글을 쓰다 막혔을 때, 종이에 적힌 하나의 단어가 막힌 생각을 뚫어주기도 한다. 또는 미처 그루핑 하지 못하고 그냥 뒀던 단어가 문득 필요하게 되는 때도 있다.
또 여러 가지 영화를 보고 썼던 낙서들을 모아두는 것 만으로, 그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즐겁다. 사실 이런 즐거움을 품고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 '낙서'와 '연결'의 핵심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