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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Dec 19. 2024

'착하다'는 재능이자 기술

"착하다"는 칭찬은 자주 평가절하된다. 그건 아마도 '착하다'는 속성이 노력 없이 얻어지는 성격에 불과하다는 편견과 관련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착하다는 소리를 듣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애는 착혀~" 할 때의 그 '착하다' 말고, 정말로 선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 말이다. 나이가 들 수록 점점 더 그렇다. 어릴 때야 선생님 말만 잘 들어도 칭찬을 듣지만, 성인이 되어 사회화를 마친 사람들 사이에서 인간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다 사려 깊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착한 사람'은 타고난 재능에다 숙달된 기술까지 갖출 때 얻을 수 있는 칭호다.


일단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한다. 네 고통을 내 것처럼 느끼고 도와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일어야 한다. 그런데 이건 어느 정도 타고나는 영역이다. 유전자와 유년기 성장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평소 '공감 능력은 재능'이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적어도 지금까지 공감은 그닥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의 공감 능력이 큰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공감력이 학력만큼이나 경제적으로 중요해진다면, 재능이 좌우하는 이 엄청난 통곡의 벽 앞에서 울음 짓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숙달된 기술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 불편할 만한 상황을 캐치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순간 자연스럽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하고 있어야 하며, 그걸 적시에 행동으로 옮길 정도의 판단력과 실행력도 필요하다. 이 기술이 연마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기술 없이 좋은 마음만 가진 사람은 어릴 때는 착한 아이로 불렸을지 몰라도, 나이가 들수록 무해한 병풍이 되어 버릴 수 있다. 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방법이나 타이밍을 파악하는데 서투르기 때문이다. ... 내 얘기다. 


그래서 능력 있는 사람, 외모가 훌륭한 사람만큼이나 착한 사람에 대한 평가도 높게 이뤄줘야 할 것 같다. 재능과 기술이 합쳐진 종합 능력이 아닌가. 어휴 근데 나는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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