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글을 쓰려고 영화를 쉴 새 없이 보고, 글을 잘 쓰려고 남의 글을 찾아 읽고. 이 산업의 생산자가 되어야 하는데 소비요정이 되어버렸네. 글 하나 쓰는데 들어가는 게 많구나. 나는 가성비 떨어지는 작가인 것 같다.
생각도 안 나는 글을 쥐어짜려니 정신이 아득하다. 지금도 약간 명정상태.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니 올려치기 당하는 맛에 뿌듯하지만, 작가는 사실 노예가 아닐까? 자기 뽕에 취해서 고난도 달게 받는 이상한 노예.
책상 앞에 뿌리내리고 커피를 양분 삼아 자라는 식물이 된 것 같다. "이 정도면 됐어"라며 여유롭게 놀러 나갈 수 있는 건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