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리뷰
최근 넷플릭스 영화 부문에서 순위권에 오르며 조용히 인기를 끄는 작품이 있다. 바로 <푼돈 도박꾼의 노래>. 올 초 의외의 선전을 보여줬던 <콘클라베>를 연출한 에드워드 버거의 작품이다.
영화는 도박에 중독되어 카지노를 배회하는 도일 경(콜린 패럴)을 따라간다. 스타일리시하고 묵직한 연출이 돋보인다. 대칭 구도와 화려한 색감 탓인지 웨스 앤더슨이 소환되는데, 앤더슨이 몇 방울 묻은 것 같지만 그와 분명히 다르다. 또 환상과 몽환을 넘나드는 연출로 도일 경의 혼란한 삶을 표현한다.
<푼돈 도박꾼의 노래>는 너무 화려하고 불안하여 멀미가 날 것 같은 '도박장'을 통해 자기 삶을 게임에 내거는 오늘날 인간 군상을 은유한다. 코인, 주식, 게임, 무엇이 되었든 갑갑한 삶을 바꾸어 줄 한 탕에 목매는 우리의 모습이 그와 많이 다른가? 그러니까 도일 경의 이야기는 특수하지 않으며, 오히려 병든 지금 사회를 관통한다.
'걸신'의 테마는 흥미롭지만 도일 경의 문제를 개인적인 것으로, 환상의 차원으로 축소하는 것 같아 아쉬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주변의 모든 것을 계속 먹어치우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심리를 유효하게 그려낸다.
콜린 패럴의 연기는 더없이 훌륭하다. 내게 그는 반항적이며 위태로운 아이리쉬 보이, 그러면서 <폰 부스>에서 보여주었던 신선한 연기자의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다. 그런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킬러들의 도시>, <세븐 싸이코패스>에서 마틴 맥도나의 페르소나로, <더 랍스터>, <킬렁디어>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남자로, <애프터 양>과 <빅 볼드 뷰티풀>에서 코고나다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거장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왔다. 최근에는 <이니셰린의 밴시>의 어리숙한 남자와 <더 배트맨>의 펭귄맨까지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자기 연기를 갱신하고 있다. 또한 나이가 들어가며 주름이 더해졌지만 영영 길들여지지 않을 것 같은 그만의 매력은 여전하다. 이 거친 매력 때문에 나는 그를 여전히 스타로만 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행보를 볼 때, 우리는 곧 말론 브란도, 더스틴 호프먼과 같이 매력 넘치면서 연기의 만신전에 오른 배우의 탄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