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리뷰
1. 낯선 소재 + 익숙한 서사 = 꿀잼
일본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거둔, '가부키'에 관한 영화. 이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없이 극장을 찾았다. 그래서 너무 생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괜한 우려였다. <국보>는 보편적인 영웅 서사를 따라가므로 오히려 익숙했다. 천재적인 재능. 어린 나이에 겪는 시련. 좋은 스승과의 수련. 마침내 찾아오는 기회와 위기까지.
그러나 지루하지 않다. 가부키라는 소재 자체가 가진 신선함이 굉장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소재 + 보편적 이야기 + 능수능란한 연출 = 꿀잼 아니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F1 더 무비>도 떠오른다. 한 마디로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대중적 영화.
2. 길지만 지루하지 않은
175분의 상영시간이 약간 관건. 영화가 지루하지 않아서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장시간 관람에 맞는 편한 복장과 주전부리를 구비할 것을 추천한다.
3. 가부키의 매혹
일본에서는 <국보>의 영향으로 다시 가부키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그 심정이 이해되는 것이, 영화에서 가부키의 아름다움이 환상적으로 재현된다.
그러니까 "이건 가부키에 관한 영화에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갖게 되는 선입견이 있지 않나. '아아, 무대 위에서 공연을 보여주겠네'. '얼마나 하나 보자.' 같은.
기대하는 관객을 만족시키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데 <국보>는 이러한 기대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밀어붙여 뛰어넘는다. 오로지 배우의 연기와 연출로, 그리고 가부키에 내재한 힘으로. 그걸 보는 과정이 무척 즐겁다. 2회차 갈기고 싶어서 고민 중.
4. 무대에 관한 영화
<국보>는 결국 '무대'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무대위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 무대위에서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굉장히 중요한 장면과 대사들이 있는데, 그에 관해서는 곧 'PD저널'에 기고하는 글에서 자세히 쓸 예정이다.
5. 소야가 미래다
영화를 이끄는 것은 키쿠오(요시자와 료)와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 두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와 공연은 훌륭하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배우가 한 명 있다. 바로 키쿠오의 아역인 '쿠로카와 소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에서 미나토로 열연한 바 있다.
<국보>에서 그는 비록 가부키 명문가에서 태어나지 못했지만, 압도적인 재능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어린 키쿠오를 연기한다. 키쿠오는 엄청난 재능이 현현하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다는 설정인데, 놀랍게도 쿠로카와 소야는 이것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타고난 마스크, 그리고 예인으로서의 아우라를 통해 이 어려운 연기를 마치 별 것 아닌 것처럼 자연스레 성공해 버리는 것.
쿠로카와 소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일본 영화의 미래다.
6. 한국에서 흥행은?
<국보>가 일본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거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한국에서도 전통적 소재를 가지고 뛰어난 청춘 스타를 기용해서, 이 정도로 재밌게 만든다면 500만 이상 갈 것 같다.
하지만 <국보>의 한국 흥행은 장담하기 어려운데, 몇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일본 전통 문화의 강렬함이 한국 관객에게 편안하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인데, 이건 애니와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무엇보다 상영관과 상영 시간을 감안하면, 맘 먹고 찾아가야 볼 수 있는 상황. 그래도 영화가 좋기 때문에 중규모 외화 중에서는 괜찮은 성적을 거둘 것 같다. 영화 흥행이 작품의 퀄리티 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은 언제나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