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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붐 오나, <국보>와 <귀멸의 칼날>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어떤 유행이 오기 전에는 늘 낌새가 있다.

물이 갑자기 끓어 넘치기 전에 안에서부터 부글부글하는. 그런 의미에서 나는 최근에 일본 문화의 "부글부글"이 이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영화뿐 아니라 만화, 콘텐츠, 스트릿댄스 등 문화 전반에서. 게다가 더 무서운 건, 이것이 일본 내부에 탄탄하게 뿌리내린 하위문화에서부터 뻗어져 나오는 것이라 그 견고함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된 두 편의 일본 영화, <국보>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하 '무한성편')>은 한 국가의 문화적 토양과 산업이 어떠한 방식으로 손을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 사레다. <국보>는 가부키와 원작 소설에, <무한성편>은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기반한다. 또 <국보>는 역대 일본 실사영화 1위를, <무한성편>은 글로벌 수입 1조를 넘겼을 정도로 대규모 성공을 거두었다.

점점 말라가는 한국영화계는 이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다만 여기에는 문화적 토대를 키우기 위한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우린 그 시기를 놓쳤으니 앞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251027_277%2F1761526262885TMkci_JPEG%2Fmovie_image.jpg 영화 <국보> 스틸컷

<국보>는 2026년 미국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前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일본 대표작으로 출품됐다. 아카데미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보>가 수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감이 왔음. 그리고 두 작품을 축으로 일본 영화의 붐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다만 국제정치가 하나의 변수다. 아시아, 남미 국가의 문화가 붐을 일으키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국가와 친화적이면서도 여전히 새롭고 이국적인 포지션에 있어야 하는데, 만일 정치가 불안정하거나 위협적인 국가로 인식되면 이런 붐은 쉽사리 일어나기 힘들다. 서구에서 비서구권 작품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치와 문화적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미 일본영화 붐이 솔솔 불기 시작한 것 같다. 나는 부럽고 또 배가 아파서 '유혹당하지 않겠다' 결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눈길을 빼앗기며 양가적 감정에 시달리는 중이다. 익숙하다 느끼면서도 계속 새로운, 이웃이란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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