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히어로 '임짱'의 등장… 파인다이닝가고, 한식 온다

ㅎㅂ.PNG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예고 캡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에서 속칭 '사짜 말투, 진짜 실력'을 보여주며 최고 인기 출연자에 등극한 임성근 조리기능장님. 그가 세미파이널을 마지막으로 작별을 고했다. 그는 '무한 요리 천국'에서 번개같은 속도로 무려 5개의 요리를 만들어 냈는데, 오로지 최고점 만이 중요한 게임에서 어째서 코스에 가까운 요리를 냈는지 그 의도는 알 수 없으나, 홀로 결이 다른 게임을 하는 모습에서 이유 모를 해방감 마저 느껴졌다. 또 거대한 고기를 이리저리 해체하는 모습에서 시각적 쾌감도 상당했다. 역시, 재미가 굉장하다. 앞으로 많은 방송에서 그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가 최고 인기 출연자가 된 것은 한 편으로 미스터리다. 많고 많은 쉐프 가운데 그가 인기인 이유는 뭘까. 그저 매력있는 캐릭터라서? 내 생각에 이것은 한식에 대한 우리의 애정, 그리고 안타까움과 관련이 있다.


처음 국내에 요리 프로가 자리잡을 때, 유학파 쉐프를 중심으로 대중에서 소개되는 경향이 강했다. 양식, 일식, 중식을 중심으로 유명 요리 학교와 미슐랭 레스토랑을 거친 엘리트 쉐프들이 활약하는 가운데, 유독 한식 요리사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못내 아쉬움을 자아냈다. (요리 전문가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이것은 아마도 서구권과 다른 문화와 시스템을 갖춘 한식이 그 괴리 때문에 해외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아빠 친구'처럼 지극히 친숙하지만, 실력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임성근의 활약은 대중을 환호하게 했다. 그는 한식을 표방한 <한식대첩> 시즌 3의 우승자라는 점에서, 또한 한국 아재 특유의 푸근함과 익살스러움을 갖췄다는 점에서 지극히 한국적이다. 게다가 믹서기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가며 음식을 빨리빨리 만드는 그의 시원한 속도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것이다.


그가 여러 양념을 뚝딱뚝딱 섞으며 15분만에 소스를 완성하고, 계량을 중시하는 양식 쉐프들이 이 모습에 기겁하고, 그럼에도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엄지 척'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임성근 열풍의 시작이었는데, 이는 한식의 손맛으로 양식 쉐프들을 함락하는(p) 듯한 쾌감을 선사하며 대중을 열광하게 했다. 그러니까 임성근님의 인기는 한식의 활약을 바라는 우리의 마음과 연결돼 있다.


K팝, K콘텐츠, K뷰티. 온갖 K컬쳐가 해외 시장을 휩쓰는 지금. 어쩌면 우리는 요리의 분야에서 이런 역할을 해줄 한식 히어로를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코스 요리 문화'와 엄두가 나지 않는 값비싼 요리. 촌스러워 보일까봐 티 내지 않지만, 우리 안에 생겨나던 어쩔 수 없는 위화감과 위축감. 그것을 한 방에 날려버릴 한식 요리사가 나타나 주기를 기다린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임성근을 향한 인기는 우연이 아니다. 물론 그는 인간적인 매력도 크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식을 향한 우리의 갈증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임성근을 시작으로 한식 문화와 요리사의 인기가 시작될 것이라 본다. 대중의 정서에 접속할 때 히어로는 탄생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본영화 붐 오나, <국보>와 <귀멸의 칼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