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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Oct 06. 2018

개봉작 소개, <너는 여기에 없었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케빈에 대하여>(2011)로 국내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린 램지의 신작입니다. 제게 이 영화는 올 가을에 처음으로 만난 정말 멋진 영화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아픈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살인 청부업자 조(호아킨 피닉스)는 유력 정치인의 딸 니나(예카테리나 삼소노프)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녀를 찾기 위하여 길을 떠납니다. 그 이후에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약간의 반전도 있으며 스릴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스릴러와 반전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르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멋은 장르적 쾌감에서 오지 않기 때문이지요.


린 램지는 폭력을 다루면서도 섬세하고 새로운 언어를 구사하는 감독입니다. 때문에 그녀의 영화는 폭력적이면서도 섬세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미학적이에요. 그런데 사실 이런 특성을 지닌 감독은 많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녀만큼 아름답고도 예리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폭력을 응시하는 동시대의 감독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글을 올릴까 잠시 고민을 했던 이유가, <너는 여기에 없었다>에 대하여 좋다는 평과 더불어 다소 불친절하다는 관람도 보였기 때문입니다. <케빈을 위하여>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린 램지의 영화들은 친절하지 않아요.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그녀의 영화에서 '클리셰에 가까운 감정 표현들'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녀는 감정의 색채나 형태를 자신의 방식대로 영화화하는 감독이죠.

그러니 이 영화를 볼 때에 모든 장면을 해석하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건 퍽이나 지루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저는 대신 영화가 보여주는 것을 그대로 감각해 보시기를 추천드려요. 영화 속의 인물들은 저런 상황에서 저런 표정을 짓고, 저런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을 그대로 느끼시면 되는 것이죠. 그때부터 영화가 한결 재밌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해석과 평가는 그다음 단계에서 시작되겠죠.



영화의 영상미와 음악은 말 할 것도 없고, 주연 배우인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도 매우 훌륭합니다. 예카테리나 삼소노프는 <케빈에 대하여>의 '에즈라 밀러'를 연상시킬 정도로 새로운 얼굴의 발견이네요. 또한 영화가 일상속에서 끊임없이 트라우마와 마주치는 인간을 그리는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2018. 10. 04. 에 개봉하여 현재 상영 중입니다.

저의 비평은 10. 16.(화)에 발행되는 1176호 <씨네21>에 기고되며 온라인 공개 후 블로그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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