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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an 21. 2019

<국가부도의 날>이 씁쓸한 이유

<국가부도의 날>이 말는 바 다음과 같다.  외국에 의존하지 말자는 것,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


그렇다면 묻고 싶다. 과연 이 영화는 스스로의 주장을 지키고 있는가. 비슷한 헐리웃 작품에 의존하고 있지는 않나. 한국 영화의 관습을 되풀이하고 있지는 나.


안타깝게도 부인할 수 없다. 이 영화와 <빅쇼트>의 유사성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다. 여러 계층의 캐릭터를 오가는 진행은 <빅쇼트>가 이미 성공적으로 시도한 바 있다. 게다가 위기를 이용하여 성공하려는 경제 전문가, 위기를 경고하려는 원칙주의자의 캐릭터는 그 설정부터가 너무 비슷하다.

거기 뒤가 구린 악인과 선인의 대립, 그리고 가족적 신파를 추가했다. 이것은 한국 영화에서 수없이 반복되었던 요소다. 게다가 마지막에 첨가한 신파는 무리한 설정이며 사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국가부도의 날>은 헐리웃에서 이미 선보인 재난 영화를 깊은 고민 없이 한국식으로 변형한 사다. 그렇다면 나는 영화가 주장한 바를 그대로 되물을 수밖에 없다.

<국가부도의 날>은 헐리웃의 업적에 기댄 것이 아닌가요? 한국 영화의 형식을 고민 없이 답습하지는 않았나요?   


'외국에의 의존과 과거 답습'을 비판한 영화가 정작 스스로는 그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게다가 한국 최대의 경제 위기를 처음으로 그린 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적어도 이런 영화라면 헐리웃과 충무로를 적당히 섞어놓아서는 안 되었다. <국가부도의 날>을 생각하며 씁쓸함을 삼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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