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예감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May 05. 2020

<벌새>와 <우리들>의 그 소녀, 설혜인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다. 요즘 가장 주목하는 미성년 배우로 나는 단연 설혜인을 꼽다. 그녀가 출연한 작품을 접하지 못한 사람은 있겠지만 짧은 순간이나마 그녀의 연기를 보고도 설혜인은 기억못할 사람은 없을것 같다. 그만큼 인상을 남기는 연기자란 뜻이다.


설혜인은 <우리들>의 지아와 <벌새>의 유리 역을 맡았다. 우리들에서는 친구 선(최수인)을 향한 복잡한 감정들, 반가움, 질투, 미안함, 죄책감 등을 차례로 풀어냈다. 이미 친해진 친구가 따돌림을 받는 아이라는걸 뒤늦게 알았을때 어린 소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 어려운 순간을 그녀는 자기 색깔로 표현한다.

<벌새>에서는 같은 학교 언니를 향해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마음을 탁월하게 연기한다. 특히 '언니 그건 지난 학기잖아요' 같은 대사는 귀에 와 꽂히는데, 그건 대사자체의 힘 뿐 아니라 설혜인의 연기력이 합쳐진 결과다. 이 대사를 뱉을 때 그녀는 마치 씹어내듯 대사를 소화하고 적절한 호흡과 템포를 거쳐 야무지게 전달한다. 그래서 그 대사가 더욱 맛깔나게 들리는데, 이것은 그녀의 나이를 고려할 때 놀라운 능력이다.


어린 연기자와 관련해, 마냥 티없이 해맑거나 어른처럼 악다구니를 쓰는 경우가 자주 주목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섬세한 감정선을 표현할 줄 아는 미성년 배우들이 더 많은 주목을 받길 바란다. 어려도 한 장면에 자신의 진짜 감정과 이야기를 내려놓는 배우들이 있는데 설혜인이 그런 경우다. 좋은 배우로의 성장을 기대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감들>을 시작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