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n 07. 2020
한소희는 연기력을 쌓은 다음 편안한 멜로를 찍는게
<부부의 세계>를 보기 전에 자꾸 한소희가 이쁘다길래 대체 얼마나 이쁜건가 싶어서 봤더니, 대체 왜 이제야 뜬걸까 싶을정도로 특출나게 이뻤다. 이목구비도 그렇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와 적당한 말의 속도, 표정, 몸짓이 전형적인 미인이라는 느낌을 준다. 솔직히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우아한 아우라가 있고, 그걸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연기력도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연예인의 재목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충분한 재능을 지니고도 자신의 소질과 색깔을 몰라 맞지않은 필모로 꺼져가는 연예인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까 연예인에게 재능만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색을 알아보는 눈과 적당한 작품을 선택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보통은 끼 있고 재능있는 연예인이 스스로를 냉철히 분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능력있는 에이전트를 만나는 일이 중요한 법이다. (자기에게 꼭 맞는 작품을 잘 고르는 연예인의 예로는 박민영이 있다.)
여하튼 작품선정을 잘해야 한다는 뜻인데, 유독 바이럴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 같은 한소희의 기획사를 보면 조금 우려가 되기는 한다. 내가 보기에 한소희의 장점은 세련된 동시에 장만옥, 장백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고전미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녀를 둘러싼 마케팅 양상을 보면 이런점을 같이 홍보하기보다 힙한 대세 스타로 미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그래서 벌써 이미지가 소비가 된 느낌도 강하다.
만약 내가 한소희의 기획사라면 일단 일회성 예능이나 씨에프를 제외한 홍보는 모두 줄여서 이미지 소비를 막을 것이다. 그 다음 호흡이 길고 실력파 연기자들이 대거 등장하는 전통 사극, 대하드라마 등의 정극을 맡게 해 연기력도 다지며 고전미도 부각시킬 것 같다. 그 다음이 중요한데, 이 타이밍에 평범한 20대 여성을 연기하는 편안하고 섬세한 멜로를 찍으면, 연예인으로서의 매력이 터지며 흥행과 연기력 모두 잡는 배우로 자리잡을 수 있을것 같다. 다만 어린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들이 빨리 진행되야 할 것이다.
반면 그녀가 택할 수 있는 최악의 길은 이목이 쏠린 기회에 바이럴 마케팅을 계속하며 광고를 있는대로 모두 찍고, 도회적이고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성 없는 드라마에 출연해서, 연기는 못하면서 ppl 장면을 열심히 찍어 방송국과 기획사의 배를 불려주는 것이다. 낮은 시청률을 만회하려는 노출 씬도 들어가면 더 최악이다. 그리고서 연기도 못하고 드라마도 재미없다는 반응들은 이쁘기만 한데 왜 그러냐는 댓글 알바로 막는다면 비호감도 차근차근 쌓이며 연예인에게 정말 중요한 여덕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게 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
그녀를 보면 천우희, 정유미, 전지현 등이 연상이 될 정도로 다양한 갈래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한 명의 재능있는 연예인이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다만 정확한 판단력과 절제, 노력이 없다면 그 길을 가는일이 그리 쉽지 만은 않은 것 같다. 그녀가 자기만의 매력을 성숙시켜 마음껏 발산하는 순간을 맞이하길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