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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n 10. 2017

롱런하는 <알쓸신잡>이 되기 위하여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리뷰




나영석의 재능의 깊이

나영석 피디의 새로운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1회를 보았을 때 그의 재능에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박학다식한 아저씨들의 수다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보겠다는 아이디어도 놀랍지만, 이를 기어이 성공시키는 나영석의 연출 감각은 더욱 놀랍다.

'쓸데없는 잡학'의 나열은 자칫 지루할 수 있으나, 나영석 특유의 동화적이고 따듯한 편집은 그 안의 재미를 끄집어내어 이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또 하나의 창의적인 예능이 우리 앞에 도착했다.



롱런하는 알쓸신잡을 위하여

1회를 보았을 때는 새로운 즐거움에 마냥 기뻤고

2회를 보고 나니 알쓸신잡이 롱런하기 위한 몇 가지를 말하고 싶어 진다.

애청자로서 프로그램의 취지에 발맞춰, '알아두면 쓸데없는 견해'를 말하는 것 정도로 받아들여주면 좋을 것 같다.



고정적 멤버가 갖는 위험성

이 프로그램의 유일한 위험 요소는 고정된 멤버들의 수다가 반복될 때 올 수 있는 지루함일 것이다.

멤버들 자체가 지루하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시선'과 '관심사'가 있다.

예를 들어 '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누군가는 진화학적 시선에서, 누군가는 동물권과 관련된 시선에서 접근할 것이다.

결국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한 시선으로 화제에 대하여 논하게 되는데, 이는 결점이 아니며 자기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일수록 이런 경향은 강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프로그램이 반복될수록, 화제에 대한 멤버들의 시선과 접근방식이 예상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모든 예능이 내포한 위험이며, 프로그램의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다.

그러나 알쓸신잡의 경우 가벼운 수다의 반복프로그램의 핵심이라는 것에 차이가 있다.

화제마다 멤버들이 보이는 접근방식과 리액션이 예상된다면, 프로그램의 재미도 반감될 수 있다.

또한 개인적인 생각으로 알쓸신잡은 지식 자체보다, 멤버들 각자의 매력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지식의 자체의 내용보다, 그 지식을 누가 말하느냐, 어떤 태도와 어떤 시선에서 말하느냐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결정짓는다는 의미다.)

때문에 저런 험은 더욱 크리티컬 하게 작용할 수 있다.


고정 패널로 진행되는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해 보아도, <썰전>의 경우 정치계 핫뉴스가 매주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수요미식회>의 경우 '잡학'보다 쉽고 대중적인 '음식'과 '맛집'이 매주 등장하는데 반하여, <알쓸신잡>은 이러한 역동성이 적은 편이다.

결국 정해진 것 없는 '가벼운 수다'라는 컨셉은 양날의 검이며, 멤버들의 개성이 소모되었을 때 위험을 맞을 수도 있다.



게스트와 시즌제, 출연진의 다양화

그렇다면 일단 게스트 초빙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프로그램의 가족적 분위기에 방해가 될 수 있으며, 마치 게스트형 토크쇼처럼 변질될 우려는 있다.

그러나 잘 진행된다면 가장 간편하게 위에 언급한 우려를 씻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또한 짧은 주기로 반복되는 시즌제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프로그램의 지루함을 덜어내는 동시에, 출연진 교체의 기회도 자연스레 얻을 수 있다.


출연진의 다양화는 아마도 어떤 방식으로든 시도될 것이다.

소수의 멤버로 고정될 경우, 그들에 대한 시청자의 호불호에 프로그램이 너무나 크게 좌우되며

프로그램의 노화 역시 빠르게 진행된다.

또한 지금 출연진 중에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멤버가 사실상 정재승 씨 밖에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얕고 넓은 이 예능의 매력

물론 위에 언급한 점들이 반영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알쓸신잡은 오래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다.

그만큼 이 예능의 매력은 탄탄하게 느껴진다.

'얕고 넓은' 잡학의 특성이 프로그램에 적용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양하게 성장하며 시청자와 함께하는 알쓸신잡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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