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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May 05. 2021

물렁한 마음에는 더 큰 울타리가 필요하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어느 정도 물리적인 거리를 유지해야 편안함을 느낀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다. 이때의 적정거리는 아마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넓고 한산한 거리감을 즐긴다면, 누군가는 체온이 느껴질 정도로 바짝 당겨진 친밀한 거리감을 선호한다. 


마음의 거리도 마찬가지다. 편안함을 느끼는 '안전거리'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남의 마음에 쓱 들어가 함께 온기를 나눌 정도로 가까운 거리를 좋아하지만, 누군가는 공간감이 느껴지는 긴 거리를 좋아하기도 한다. 누구는 자신의 곁을 주변에 잘 내어주지만, 누구는 쉽사리 내어주지 않으며, 누구는 곁을 주되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허들을 두고 인간관계의 가지치기를 꾸준히 수행한다.  


그런데 이 안전거리는 '마음의 단단함'과 관련이 있다. 쉽게 상처 받지 않으며, 주변으로부터 영향받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까이에 사람을 두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것으로도 상처 받으며, 주변으로부터 쉽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의 곁에 둘 사람을 선별하는 일에 많은 공을 들이기 마련이다. 물론 사람의 성격, 취향, 외로움 등도 안전거리를 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마음이 얼마나 단단한지, 그것을 얼마나 섬세하게 보호해야 되는지 여부는 마음의 안전거리를 정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는 한다.  


이것은 마치 '과일을 포장하는 일'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수박처럼 겉이 단단한 과일을 살 때 무심히 비닐에 넣거나 얇은 노끈을 이용하고는 한다. 하지만 복숭아처럼 물렁한 과일을 옮길 때면 종이 포장에, 박스까지 겹겹이 포장을 두르게 된다. 이것은 까탈이 아니라 그 과일에 가장 적합한 포장법을 찾는 일이다. 그리고 물론 과일의 맛은 그것의 강도와는 무관하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성질, 심성(心性)에 따라 취급법도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것에 맞는 안전거리를 설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가까워 다치지도 않고, 너무 멀어 외롭지도 않도록. 

그러니 마음을 위한 울타리의 크기를 고심하는 당신을 위해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단단한 마음에는 더 작은 울타리가, 물렁한 마음에는 더 큰 울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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