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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May 20. 2021

악당 중에는 둘째가 많다


세상 모든 형제관계 중에 '둘째' 만큼이나 영화 속에서 많은 수난을 당하는 쪽도 없을 것 같다. 유독 둘째들은 영화의 빌런으로 자주 등장한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제이콥'은 대놓고 둘째 콤플렉스(둘째가 스스로 첫째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는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캐릭터다. 형을 향한 그의 열등감은 스토리를 이어가는 중요한 열쇠다. 심지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두가 그가 형만 못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런가 하면 희대의 둘째, 마블 영화의 '로키'도 있다. 그가 가진 둘째 콤플렉스도 영화에 자주 언급된다.


형제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은 다양하다. 책임감이 강한 첫째, 첫째를 질투하는 둘째, 애교 많은 막내, 자기밖에 모르는 외동 등등. 하지만 외동이 자기밖에 몰라서 빌런이 됐다거나, 막내가 애교가 너무 많아서 악당이 됐다는 스토리는 보지 못했다. 형제관계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악당의 서사로 이렇게나 흔하게 활용되는 것은 둘째가 유일한 것 같다.


한 편으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창작물 속의 표현'은 한 집단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없애고, 무수한 개별 서사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둘째 콤플렉스를 악당의 서사로 너무 편하게 가져다 쓰는 태도도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누군가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부정적으로 강화한다면 말이다. 어떤 둘째들은 오히려 속 시원하다고 좋아할 수도 있으려나. 여하간 형제관계에 따른 고충은 어디에나, 심지어 스크린에도 있는 것 같다. 모든 둘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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