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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n 19. 2021

<루카>를 보러 가는 이들을 위한 당부

※약스포


우리의 디즈니·픽사가 또 한 번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나타났다.

<루카>는 여름 시즌을 겨냥한 듯, 푸른 바다와 아기자기한 바닷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모험담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는 얼핏 보기에 기존의 디즈니·픽사 작품보다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피트 닥터' 풍의 <소울>(2021)이나 <인사이드 아웃>(2015)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러나 충분히 매력이 있는 작품이기에, 그 매력들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의 세계는 무엇으로 크는가 

<루카>는 픽사가 늘 그랬듯, 아이의 성장과 그것에 뒤따르는 통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 주인공 '루카(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세계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아이의 성장은 주로 루카가 하는 상상을 통해 보여진다. 

그의 상상은 친구들과 함께 한 경험이나, 친구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의 영향을 받으며 변해간다.

처음에 다소 동화적이던 그의 상상은, 뒤로 갈수록 정밀해지고 현실에 가까워진다. 예를 들어 그의 상상 속에 나오는 '하늘'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자.


우리는 루카의 상상이 변화하는 것을 보며 그의 성장을 감각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마치 먼 친척으로서 한 아이의 성장을 90분 동안 지켜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마냥 귀엽던 그의 상상이 점차 현실성을 띄어갈 때의 기특함과 서운함이란. 


그러니 루카의 상상이 변하는 과정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정체성을 가진 아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루카>는 결국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루카는 친구 알베르토(잭 딜런 그레이저) 덕에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그것을 수용하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특히 알베르토와 함께 바다에서 노니며 자신의 정체성을 즐기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루카의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루카는 상처 받지 않고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의 부모님은 루카의 꿈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영화는 결국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또 그에 관한 해답을 내놓는데, 

그 해답이 여태 픽사·디즈니의 태도에 비추어봤을 때 꽤 신선하게 느껴진다.


<루카> 질문과 해답을 고려하며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라 루나> 포스터와 스크린샷

픽사 단편 애니메이션, <라 루나>의 향기

<루카>를 감독한 '에린코 카사로사'는 <굿 다이노>(2015), <라 루나>(2012) 등을 연출한 감독이다.

이 중에서도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 앞에 상영된 단편 애니메이션, <라 루나>는 <루카>와 여러모로 닮았다.


하늘 위 세계에 대한 동경, 별과 달의 질감, 작화까지. 심지어 루카도 <라 루나>의 주인공과 생김새가 닮았다. 


<루카>를 보다 보면 <라 루나>가 떠오르며, 두 애니메이션이 희미한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영화를 보며 가장 즐거운 순간 중 하나는, 여러 작품이 품는 큰 세계관을 엿보는 순간이다.   


<라 루나>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거나 이 영화를 다시 한번 상기하고 <루카>를 본다면 아마도 재미가 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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