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강한 사람, 추위에 강한 사람 따로 있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 같다.
두 가지 중에 고르라면 나는 완전히 '더위에 강한 타입'이다.
땡볕에 볼따구가 빨갛게 익고, 삐질삐질 난 땀에 티셔츠가 몸에 살짝 붙어도, 손바닥으로 파닥파닥 부채질을 해가며 여름을 제법 잘 견디는 편이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아이스라떼를 한 잔 시원하게 쭉 들이켜는 맛도 좋고, 거추장스러운 겉옷은 벗고 가볍게 바지에 티만 입고 동네를 걸어 다니는 기분도 좋다.
여름밤에 슬리퍼를 터덜터덜 끌며 슈퍼로 마실을 나가서는 맥주 두 캔을 산다. 집에 와서 넷플릭스를 켜고 맥주를 홀짝대는 그 맛도 좋다. 그러면 30분쯤 지나면 잠이 솔솔 오는데, (선풍기보다 바람이 부드러운) 공기청정기를 켜놓고 침대에 발라당 누워서 잔다.
한 여름. 온 세상이 뜨거운 김으로 가득 차서 모든 것들이 열정적인 한 때를 보내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계절. 나는 여름만의 감성이 너무 좋다.
그런데!
나는 여름이 이렇게 좋은데!
왜 여름만 되면 호러 영화가 우루루 나오는 것인가. (솔직히 꼭 여름에 봐야 되는 것도 아닌것 같은데.)
처음 본 공포영화는 <엑소시스트>(1975)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제대로 봤다고 말할 수는 없고 삼촌이던가 누군가가 거실에서 보고 있어서 옆을 스치면서 화면을 슬쩍 봤는데, 그때 우연히도 그 유명한 계단 씬이 나왔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의 어린이였던 나는 그 장면을 이해조차 못했고 "오 사람 몸이 막 꺾여 있네. 신기하다! 서커스다 서커스!"하고는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처음으로 공포영화와 싸웠던 기억은 <여고괴담>이 나왔던 1998년이였다.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그리고 초반에 등장하는 무서운 장면 하나에 혼비백산 한 나는, 그때부터 스크린을 손바닥 사이로 훔쳐보고, 옆으로 노려보고, 귀를 틀어막는 등 정말로 러닝타임 내내 영화랑 싸웠다. 그리고 바로 호러 장르와는 서먹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잘 놀라는 성격이라 누가 살짝만 놀래켜도 제자리에서 1m는 뛰는데, 대놓고 놀라게 하는 호러 영화는 어찌해 볼 재간이 없다. 그래도 놀래키지 않는 호러 영화는 비교적 잘 보는 편이고.
하지만 공포 영화 중에 명작도 많고, '호러' 자체가 인간의 본능을 탐색하는 흥미로운 장르이다 보니까 당연히 보고 싶은 작품은 많다. 그래서 진짜 보고 싶은 건 vod로 풀리면 집에서 소리를 줄여서 혼자 이불 쓰고 아둥바둥 대며 보고는 한다.
아.. 그리고 또다시 호러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여름에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주목을 받았는지. 비평을 써달라는 요청이 여기저기서 꽤 들어왔다.
사실 괜히 여름과 호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꺼낸 데에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리뷰가 늦어지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의도도 살짝 있었고.. 어쨌거나 피할 수 없으니 덜 매운맛부터 시작해봐야지. 일단 이불 좀 찾고, 후하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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