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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Dec 12. 2021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이 그렇게 재밌다더니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스틸컷


진짜 재밌네


이제 1화만 봤지만 벌써 재밌기도 하고, 웰메이드라는 것도 충분히 알겠다.


케이트 윈슬렛은 <타이타닉>으로만 알려지기 아까울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력을 갖춘 배우다. 특히 어딘가를 방황하는 불안한 여성을 연기할 때, 그녀의 연기는 완벽히 대체불가능하다. <이터널 선샤인>, <레볼루셔너리 로드>,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원더 휠>, <밀드레드 피어스>까지 후우.. 케이트 윈슬렛은 신이에요. 그리고 (개인적인 취향에는) 연기를 못했다면 그냥 외모만 보고도 좋아했을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풍만한 여성미의 우아하고도 고전적인 미인의 느낌을 이렇게 잘 살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원더 휠>(왼쪽), <밀드레드 피어스>(오른쪽) 스틸컷. 케이트 윈슬렛의 고전미를 설명하려고 넣음.



※아래부터 약스


그런 그녀가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에서 살인사건을 담당하는 중년 여성 형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천재적인 능력으로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아니다. 주변에서는 능력 밖의 일을 맡았다고 수군거리고, 집의 아이들도 그녀를 그닥 존중하지 않는다. 케이트 윈슬렛은 너무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몸으로 집 안을 터덜터덜 걸어 다닌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삶의 무게를 진 채로 고요히 살아가던 어느 중년 여성이 살인사건에 나서는 이야기.


아직 시리즈를 다 안 봤지만 일단 1화만 보아도 인상 깊은 것이, 과거회상 씬에서 메어의 아들이 그녀에게 마약 살 돈을 달라고 고함을 지르고 그 옆에서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자가 욕설을 내뱉고 지나가는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 그 여자가 핼쑥한 얼굴로 손주를 안고와 메어에게 안긴다. 고달프게 흘러간 시간들을 직감할 수 있게 하는 몽타주. 또 어느 장면에서는 어린 여성이 어릴 때 디즈니랜드에 가서 한 가지 놀이기구만 줄창 타다가 아빠에게 혼났다고 이야기 한 끝에, 성매매를 하려다 괴한에게 살해당한다. 전혀 다른 결의 순간들을 이어 붙이는 이 시리즈의 진행은 파워풀하다. 호들갑 떨지 않고 세련되며 높은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이질적인 형사물. <마인드헌터>도 생각나지만 색깔은 많이 다르다.  


이걸 미리 봤으면 <씨네21> 올해의 베스트 설문에서, 올해의 해외 시리즈로 꼽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나저나 우리 케이트 언니는 작품 선정도 잘하는 거 같다. 아님 작품을 캐리하는 것인가. 아쉽게도 웨이브에서만 방영되던데 겨울을 나는 미드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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